올해로 지방자치 23년째를 맞고 있지만 지방의회의 감투싸움은 지방자치가 부활된 원년이나 23년이 지난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게 없다. 전국 지방의회에서 의장직이나 상임위원장 배정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 및 파행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방의원의 본연의 자세는 행정의 견제와 감시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원 구성을 통해 지역과 주민의 현안을 살필 수 있을테고 대의기관으로 주민을 대표해 집행부 견제ㆍ감시의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작부터 감투싸움에 당대당, 의원과 의원간 갈등을 불러일으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주민들을 대표해 의원으로서의 맡은바 소임을 훌륭히 잘해 낼 것으로 믿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 선출해준 주민들의 신뢰를 져버리고 시작부터 감투싸움이니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지적이다.

충남도의회의 경우 지난 3일 원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 의정활동에 돌입했으나 대화와 타협이 실종, 독선의 극치를 보여줬다. 충남도의회 의원은 총 40석 중 새누리당 30석, 새정치민주연합 10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도의회는 23년 지방의회 의정 사상 유일무의하게 의장단 3석과 상임위원장 7석을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싹쓸이했다. 이로 인해 지역 정가에서는 ‘정치도의 뿐만 아니라 민의까지 저버렸다’며 독선적 원구성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초대 통합청주시 의회도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잡음으로 마찰을 빚었다. 의석 수는 새누리당이 21석, 새정치연합이 17석이다. 상임위원장 6석 배정을 싸고 새누리당은 4자리를, 새정치연합은 3자리를 각각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측이 등원 거부로 맞서다 등원하기는 했으나 갈등은 잠복돼 있는 상태다.

부산 해운대구의회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오전 10시30분 부산 해운대구의회에 새정치민주연합 박욱영 의원이 휘발유를 담은 페트병을 들고 등원했다.

이날 예정된 의장단 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의원들은 퇴장했고 의장단 선출도 연기됐다. 해운대구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 한 의원이 야당과 의장단 선출에 대한 조율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에서 전날 밤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게 이유라고 한다. 박 의원은 "대화와 타협이 아닌 기만적 행동으로 의장단이 꾸려지는 것에 반발한 퍼포먼스였다"고 항변한다.

이와 비슷한 일이 태안군의회에서도 일어났다. 휘발유를 담은 페트병을 들고 등원하는 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전경선과 관련 같은 당 의원끼리 반목과 분열이 생기는 일이 발생돼 전반기 의회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전경선을 통해 의장단 선출이 사실상 마무리 됐었으나 다음날 열린 임시회에서 사전경선을 통해 선출된 의원이 의장에 당선된 것이 아니라 의장 경선에서 떨어진 의원이 당선되자 이를 두고 당론을 무시한 처사이며 동료의원들과의 화합과 소통은 안중에도 없이 의장만 되면 된다는 이기주의의 표상이며,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당선된 의원들이 원칙과 상식을 무시하고 시정 잡배들이나 하는 모반을 자행했다며 서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 군민들을 실망시켰다.

의회 출범 초와 임기 후반기 의회에서 자리를 놓고 감투싸움이 어김없이 재현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임기 4년동안 할일이 산적한데 이런 일에 기운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4년 뒤에 의정활동에 대한 주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입장을 고려한다면 지역과 주민을 위한 실질적인 생활정치와 의정이 될 수 있게 부단히 노력는 일에 전력투구해도 시간이 모자람을 인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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