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 지방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국민적 관심은 이미 저만큼 멀어진 느낌이 든다.

진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사그라진 학생들의 시신 앞에서 통곡하는 가족들을 볼때마다 슬픔과 분노를 함께 나누다 보니 희생자 가족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국민 모두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사회적인 우울함과 숙연함은 곧 전국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공황으로까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상태로는 오는 6ㆍ4 지방선거 투표율이 역대 어느 선거때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게다가 후보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사람 이상만 모이면 세월호 참사 얘기를 하면서 자기 몸 하나 살자고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가게 한 선장이나 승무원들, 초기 구난구조 활동에 무능함을 드러낸 해양경찰들, 사고 수습조차 제대로 못하고 우와좌왕하는 정부의 사고 관련 책임자 등을 도마위에 오려 놓고 요리는 할 지언정 지방선거 얘기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또한 선거 후보자들도 보름 가까운 기간동안 여객선 희생자 애도하는 의미에서 선거운동을 자제 또는 활동조차 하지 않아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현저히 줄어 들었다. 얼굴 알리기는 물론 정책마저 뒷전으로 밀려 선거가 무사히 끝난다 해도 선거가 끝난 후 제대로 된 인물이 지방행정이나 지방의회를 이끌어 갈지 의문이다.

우리 지역 일꾼을 내 손으로 뽑는 선거가 이번 지방선거이기에 잘 뽑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한 번 잘못 뽑으면 또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매 선거 때마다 강조되는 얘기지만 어느 후보의 공약이 지키지 못할 엉터리 빈 공약인지, 어느 후보의 공약이 참 공약인지 가려내야 하는데 제대로된 공약이 없으니 어느 공약이 참 공약인지 가릴 기회마저 박탈한 셈이 된다.

세월호에 묻혀 광역·기초의원은 물론 교육감·교육의원 후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유권자가 너무 많다. 그나마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은 후보 개인에 대한 정보는 없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았는지 정도는 알고 투표할 수 있지만, 교육감ㆍ교육의원은 정당 공천이 배제돼 있어 유권자로선 누구를 뽑아야 할지 더욱 난감하다.

후보들 얼굴도 선거 자체도 후보들이 내건 현수막을 겨우 보고서야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놓고 볼때 이번 선거는 역대선거 중 여ㆍ야의 선거공약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출마자의 면면을 알지 못하고 선출하는 최악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지만 지방선거는 주민 실생활과 직접 연결된 일을 맡는 일꾼을 뽑는 국가적 중대사다. 또한 국민들이 우려하는 안전 문제에 있어서도, 주민 안전을 책임지고 맡겨도 될 적임자를 선발하는 절차다. 그렇기에 이번 대규모 지방선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가 세월호에 집중돼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제대로 된 후보를 뽑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전 국민의 정신적 불안감(트라우마)가 쉽게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

이번 6ㆍ4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와 교육감, 각각 17명과 230명의 시장ㆍ군수,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을 포함해 모두 3909명의 주민 대표를 뽑는다. 유권자들은 지방선거에 적극 관심을 갖고 안전한 지역과 풍성한 경제를 함께 만들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것이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고 실의에 빠진 희생자 가족들을 위하고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참사를 막는 작은 디딤돌이라는 생각을 갖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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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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