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이면 제92회 어린이날을 맞는다.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을 보면 어린이날의 참뜻을 바탕으로 하여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나라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으로 존중되며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함을 길잡이로 삼는다고 말하고 있다.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할 뿐만 아니라 특히 해로운 사회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하고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되고 나쁜 일과 힘겨운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본문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상 어린이헌장에 명시된 환경속에서 사랑과 존중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어린이날을 앞두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들을 볼때 진정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인가 싶을 정도로 참담함 마음을 금치 못한다. 이웃과 학교, 경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최근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치사 사건은 국민을 충격속에 빠뜨렸다. 어린이의 육체뿐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유린한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치를 떨게 만든 충격적인 사건이다. 

친부의 방치속에 계모가 8세·12세 두 의붓딸을 학대하고 8세 딸을 발로 밟아 장파열로 숨지게 했다. 그런뒤 계모는 친언니인 12세 아이에게 “인형을 뺏으려고 동생을 발로 차서 숨지게 했다”는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이는 자신도 맞아 죽을지 모른다는두려움 속에서 거짓 자백을 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번복했다. 검찰은 계모에게는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친아버지에게는 아동학대 방치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평소 계모의 학대에 시달렸던 이들 자매의 경우 학대의 증거가 두 차례나 발견되면서 개선할 기회가 있었지만, 계모의 허위 해명과 부모의 협박에 의한 아이의 진술 번복으로 무위에 그쳤다는 점에서 주위의 관심 부족이 아이를 사망에까지 몰아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학교나 경찰 등 관계 기관이 인지했음에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심하게 아이를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관계기관의 그 어느곳 중에 한 곳에서만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신중하고 치밀하게 조사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막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공식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한 해 8~9명이 가정에서 살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 통계까지 합한다면 실제로는 더 많은 아동들이 학대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12년 동안 학대로 숨진 아동은 공식 집계된 인원만 97명이다. 2012년 한 해만 전국 47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건수는 1만943건이다. 경찰서나 지자체에 접수된 건수까지 합치면 피해 아동은 더 많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체벌에 대해 '그 집의 가정사'로 치부해 버리고 '부모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다시 말하면 가정에서 일어난 부부싸움이나 아동체벌 같은 일은 이웃에서 신고를 해도 거의 치외법권 지역이라고 할 정도로 수사기관에서도 개입하기가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이웃에 무관심한 사회가 되면서 가족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수없이 자행되고 있다.

이렇게 부모의 학대로 상처를 입은 아동들을 치유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학대를 받은 아동들은 커가면서 폭력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은 범죄의 유혹을 못이겨 범죄자가 되기 일쑤다.

오는 9월부터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범위 확대와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되지만 법만으로 아동학대를 막을 수는 없다. 아동학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대국민적 관심이 절실하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 어린이를 병들게 하는 사회에 미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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