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다각. 네모난 세상 위에서 삶의 힘겨운 여정이 보인다. 흔적을 남기기 위한 몸부림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은 온갖 세상의 지혜를 다 빌려도 모자라다.

바둑에서 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끝까지 가다보면 결국 도망가는 돌이 잡히는 형국이다. 반대로 축이 가는 먼 길에 돌 하나가 놓여져 있다면(축머리), 도망가다가 돌 하나를 밟고 꿈틀거리는 굵은 구렁이 형세를 만들어낸다.

고수들 대국에서는 축싸움은 볼 수 없다. 바둑의 기초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단수(아다리)이고, 두 번째가 축몰이다. 기초적인 바둑의 수가 고수들 싸움판에서 등장할 일이 없다.

고수와 하수가 바둑을 둘 때는 상황이 다르다. 고수의 의도에 의해 축몰이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하수는 이 축이 당장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상대가 도망가는 것처럼 보여 ‘아다리’를 연신 외치면서 끝까지 쫓아가지만, 축머리를 지나면 아다리를 외치기 위해 놓았던 돌들은 모두 살아난 구렁이 몸에 붙은 비늘로 변한다.

최근 들어,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현상이 잦다. 무식하면 용기 있다고 하더니 ‘아다리’만 외치면 승기를 잡은 줄 알고 덤비는 우둔한 자들이 많다.

평상시 고수인 것처럼 위장하고 살아가는 자들이, 진짜 고수와 맞붙는 경우가 있다. 축은커녕 ‘아다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억지 맞짱을 삼 세판이나 둬야 하는 고수들은 고통스럽다. 기분이 찜찜하지만, 하수는 고수하고 맞짱 떴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니, 고수들은 그저 쓴 웃음으로 위안 삼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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