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태안향토문화연구회장 박풍수
전 태안향토문화연구회장 박풍수

이 글이 나오기까지 필자는 ‘아기를 잉태해서 열 달을 기다린 끝에 산고를 겪으며 출산한 아기가 세상을 맞이하는 만큼이나’ 많은 고뇌 끝에 이 글을 내놓는다. 

태안(泰安)이라는 이름이 국태민안(國泰民安)과 연관이 있다느니, 백화산(白華)山)의 정기를 받았다느니 하는 태안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6만 여 우리 군민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자문해본다. 

춘향전의 한 구절을 보면 “수원수구(誰怨誰咎)할까마는 내 딸 춘향 어쩔라나”라는 춘향 모(母)의 절규에 가까운 탄식이 나온다. 그렇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마는 우리 태안군은 어찌할 것인가? 군민들은 대답을 해보시라. 태안군이 정녕코, 몇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이 지경이 되도록 강 건너 불 보듯이 구경만 했단 말인가? 아니면 높은 분들의 위세에 눌려 숨을 죽이고 지냈단 말인가? 

처음에는 태안군청과 의회의 일로 시작된 불협화음이 이제는 전직 00님들까지 연관되어 마치 ‘고르디우스의 매듭[結]’처럼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매듭을 풀지 못하자 알렉산더대왕이 칼로 잘라서 풀었다는 그 매듭처럼 얽히고설켜버렸다. 마치 지금의 의사협회와 정부의 입장처럼……. 

모든 일은 원인을 분석해서 해답을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너무 긴 기간에 또 많은 분들이 연관된 일이어서 원인 분석도 난감하다.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까 조심 또 조심스럽다. 

우리나라는 소리글을 쓰는 나라여서 이해하기 쉬운 옛 속담(俗談)들이 많다. 그 중의 으뜸은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려라’이다. 삶의 경험이 풍부한 분들에게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되는 이 말은 작금의 태안군의 사태에 딱 들어맞는다. 

태안군청과 의회에서 인구소멸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수백명이 동원되고 수천만원의 경비가 소모되었는데 과연 지금의 사태를 보면서 ‘오고 싶은 태안’이 될 수 있을까? 

현대의학에서도 지금까지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것이 사람에게 발생하는 암(癌)이라는 병이다. 항암제는 암의 초기에는 약발을 받지만, 말기 암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너무 오랫동안 지구전(持久戰)을 하면 약발이 약해진다. 이는 세상의 진리다. 하여, 이쯤해서 몸 속의 자정작용(自淨作用)의 원리처럼 휴전(休戰)하고 종전(終戰)으로 가야 한다. 

우리 민초들이 비록 벼슬길에 나아가지는 못하였지만, 벼슬길에 나간 분들만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민초(民草)들 속에도 현인(賢人)들이 존재함을 간과(看過)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필자가 평상시에 궁금해했던 일이 있는데 이번의 사태를 해결하는데 무관치 않다고 생각하여 써본다. 태안군에는 행정동우회와 의정동우회라는 두 단체가 존재한다. 그것도 군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두 단체다. 

행정동우회는 공무원을 퇴직하신 분들의 모임체이고, 의정동우회는 지방의회의원을 지내신 분들의 모임단체다. 필자는 이번 일련의 사태가 불거졌을 때, 위의 두 단체에서 해결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세태(世態)에서 매우 뒤떨어진 생각을 했음을 느꼈을 때는 이미 사태가 악화된 뒤였다. 이 두 단체가 지역 현안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었다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리라 생각되기도 한다. 

허나 수원수구’(誰怨誰咎)하듯 지난 일을 어찌하랴? 지금이라도 군민의 신망을 받는 단체에서 소통 부족으로 표면화된 지상전 현장에 뛰어들어 태안군민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문득 중국 고사가 떠오른다. 중국의 요임금 시절 ‘허유’라는 사람이 강가에서 두 귀를 열심히 씻고 있었다. 때마침 소를 몰고 강가에 온 ‘소부’라는 친구가 그 까닭을 묻자, 요임금이 왕위를 자신에게 넘겨준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여 귀를 씻고 있다고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소부’는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먹이지 않고 소를 끌고 강의 상류로 가서 물을 먹였다고 전해온다. 혹여 필자의 글로 인해 이해당사자 분들 중에 불편하신 분이 계시면 필자에게 돌을 던지시라. 오호 애재(哀哉)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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