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서예가 림 성 만
문필서예가 림 성 만

봄 바람 불 땐 꽃지를 찾아오게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이곳엔

그리움도 떨쳐버릴 수 있기에

애써 바람도 피하지 말게나

사랑의 아픔도 설움도 잠깐 잊을 수 있고

떠나간 사랑도 돌아오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마음 충만해지고

아무런 걸림도 없이 오롯한 곳

혼자 서 있어도 마음은 가볍게

서두르지 않고 앞만 볼 수 있는

바람 불어 마음도 덜어낼 수 있는 곳

봄 바람 불 땐 꽃지를 찾아오게나

외롭게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할미 할아비 바위의 저 위용을 보노라면

하찮은 우리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허망한건지

왜 우린 그것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을까

꽃지 해안에선 비움을 생각할 수 있고

흔들거리는 완행 버스여도 넘치는 설렘이

포말 밀려오는 저 흰 파도엔

그 무슨 사연 있길래 저리 울부짖을까

차라리 다가오지나 말지

아무려면 나 그 속에서 갇혀 지낼까

봄 바람 불면 꽃지를 찾아오게나

혼자여도 쓸쓸함 받아주고

쓰디쓴 고독이 밀려와도 괜찮다네

둘이라면 더욱 더 포근하겠지만

멀리서 고깃배 만선 깃발 날리며 돌아오는데

가슴속에 새겨진 그녀는 올 생각도 하지 않지만

마음이 힘들 땐 태안반도 남쪽 끄트머리

안면도 꽃지를 찾아오게나 이젠 설움도 지친걸까

언제쯤 돌아올까 그녀를 기다려 보지만

남쪽 어디선가 우산을 쓰고 있는 그녀에게

이젠 비가 그쳤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봄 바람 불면 꽃지를 찾아오게나

그리움 물들고 사무치게 깊어지면

아픔과 설움도 깊어지겠지

그 아픔 길지 않게 서로 노력해야 하는데

난 지금 아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네

지극히 바다를 기억하고 있어

바람 불면 그 바람 타고 훌쩍 닿을 수 있을까

꿈같은 현실이지만 아쉬움 깊게 남는 건

보고 싶어도 만지고 싶어도

지금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서

봄 바람 불 땐 꽃지를 찾아오게나

우리에겐 고귀한 기다림은 남아있는 거라네

그 기다림 속에 뜨거운 포용도 있을테니

그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곱게 다가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도

진정을 앞에 두고 최선을 다해야겠지

잉크색 흐트러지듯 아른거리는 물비늘

그것만 기억해주고 기다리면 되는데

이제 이곳 꽃지를 떠나야겠어 잠시동안

눈과 가슴에 담아두었던 풍경 뒤로 한 채

그래도 봄 바람 불 땐 꽃지를 찾아오게나

봄 바람 불 땐 꽃지를 찾아오게나

고독을 삭히는 사람들 속에

외로운 게 아니라 자신을 내세우는 거지만

비바람으로 다가와도 이 땅 안면도는

올곧게 견디면서 살아가는 작은 신념인데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섬으로 버텨낸 것은

때론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었기에 존재하는 거라네

삶은 버텨내는 거라고 쉽게 말할지 몰라도

어찌 그것이 그렇게만 다가올 것인가

많은 추억이 남아 있는 서러운 그리움처럼 

꽃지는 초연하면서 묵묵할 뿐인데

봄 바람 불땐 꽃지를 찾아오게나

마냥 채워지는 것은 어디에도 없네

그것은 인간의 무지막지한 탐욕일 뿐인데

이젠 익숙한 것에서 서서히 멀어져야겠지

달콤한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곳

이곳은 태안 남쪽 끄트머리 꽃지가 아니던가

현실에선 아득한 미로여도 이제

안면도 꽃지에선 가슴에 두 손 올리고

천천히 해변을 걸어가면서 

안면난초 꽃몽울진 이곳을 기억해보게

주저하지 말고 지금 안면도 꽃지로 오게나

봄 바람 불 땐 꽃지를 찾아오게나

한 뼘의 여유도 없는 사람들이여

아무런 조건 없이 날숨으로 숨 쉬는 곳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도 곱게 보듬어주는

바다에 연꽃처럼 떠 있는 작은 섬처럼 그렇게

안면도 꽃지 해변에 내가 서 있네

바다를 배회하는 어쩌면 외로운 갈매기처럼

와보지 않고서는 감히

안면도 꽃지를 말하지 마시게

솔바람 불어 풀잎 한쪽으로 누워있을 때

귀여운 청솔다람쥐 스삭거리는

봄 바람 불 땐 꽃지를 찾아오게나

밀려오는 저 포말의 바다를 보시게

누구에겐 거침없는 격노의 바다였겠지만

다른 이에겐 작지만 치유의 바다이기에

짙푸른 소나무와 바다를 유유히 유영하는

바닷새들은 정말 평화로운 것일까

안면도에 오거든 부디 꽃지 해변에서 

날숨 그리고 들숨을 잠시 멈추어보게나

발자국 남긴 채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지만

마음 내려놓고 그냥 천천히 걸어가시게

눈 감으면 아스라한 이곳 꽃지엔 꿈이 있기에

※ 매서운 겨울 지나가고 있을 때, 덧없는 세월이라 말들 하지만, 세월속엔 파고도 있겠으나 희망도 있기에 더딘 걸음이어도 꽃은 피어날테니 곱고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겠지. 눈감고 잠시 해변 모래톱에 앉아 참아내면서 그리움 잦아드는 늦 겨울빛 노을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사랑하고 아파하며 도전하고 실패하는(?)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인생살이 힘겹겠지만 ‘내 인생에 무엇이 남았지’를 생각해보며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자문해본다. 그 많던 바닷새와 나비와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녀 또한 느닷없이 꽃지 해변에서 마주한 바람결을 잊지는 않을 거야, 햇살 가득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까지.

누구에겐 쓸모없는 풀씨도 소중하겠지. 그것이 무엇이든 중요하건만 남들이 바라보지 않아도 소중한 것들이 있다. 꽃엔 이슬이 필요하듯 하지만 지금 그 꽃이 있어야 하건만, 꽃에도 이름이 있듯이 무의미함은 없다. 꽃의 진정함, 꽃의 온기 꽃의 그리움, 내가 지금 꽃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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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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