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1인시위자 이남열
태안군 1인시위자 이남열

어머니는 인생을 살아오며 부당한 일과 관련해 그 누구의 부탁을 받은 적도, 부탁에 응해본 적도 없다. 나를 키운 엄마는 그렇게 홀로 6형제를 키웠고, 다섯째 형 농아인을 그 품 안에서 키워냈다.

태안군 태안읍 삭선리 현 주거지에 50여년을 살아오신 엄마는 평생을 출가(승려)한 둘째 자식으로 인한 업보로 팔만대장경을 음송하지 않을 때는 누런 종이에 지렁이 기어가듯 베껴가며 대장경을 낭송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태안군청과 거리가 멀었던 나였으나 2021년 농아인 형의 인격말살을 자행하는 태안군 담당자와 그리고 군수를 접하면서 지난 1,000일간 엄마나무와 형과 함께 태안군수와 전쟁을 치르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사건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고 없이 찾아와 횡액 내지 비극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임을 알게 됐다.

태안군청 가세로 군수와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다.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형이 가세로 군수에게 먼저 시비를 걸었을리도 없거니와 사익을 취하기 위해 가세로 군수를 기망하는 행위는 더욱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상식을 넘어선 거짓의 단초는 가세로 군수이며 그는 말 못하는 형에게 온갖 모멸감을 안겨주며 시비를 걸었던 장본인이었다.

이로써 이 싸움은 형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내 형제의 지킴은 가족인 '나의 의무'이며 무엇보다 어머니가 남긴 유지인 "형이 죽을 때까지 네가 형을 보살펴야 한다"라고 한 바를 사수하는 것은 나의 책무이기도 했다. 

이를 마무리 하지 못한다면 죽어서도 어머니 얼굴을 마주칠 자신이 없기에 가세로 군수의 읍참마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나는 내 길을 가고자 한다. 하여 앞으로 또다시 1,000일이 흐를지언정 어머니의 유지를 어길 수 없는 '유일한 나'의 뜻을 지킬 자신은 있다.

그러면서 내가 맞닥트린 공직사회는 영혼이 없는 AI로봇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제각각 정해진 밥그릇 굴종에 여념이 없었고, 유불리에 따라 방금 저지른 행동조차 변명으로 일관하며 변명에는 두서를 가리지 않았다. 또한 일체의 의식조차 없다보니 어떤 때는 '살아 움직이는 허수아비'라는 그들 스스로의 고백도 듣게 된다.

지난 1000일간 전쟁을 치르면서 태안군청과 경찰서 및 사법부 문턱을 안방 드나들 듯 다녔으나 오체투지하는 마음으로 하심(河心)을 다스려 왔다.

가세로 군수 또한 하심을 터득시키고자 3,000배를 공주 갑사에서 처음 시작하여 길상사, 조계사까지 즐겨했다 하니 종이 한 장처럼 가벼워지는 마음을 잘 살펴주지 못함은 이 또한 허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군 공직자 일부는 형제와는 고향 동문이였기에 애써 고개를 돌릴 때도 있었으나 부모자식 사이에도 회자정리 하는 마당에 용서받지 못할 자를 용서할 수는 없었다. 

태안군수는 선천척 귀머거리, 벙어리를 상대로 병(病)든 행정과 악의적인 행동인 자신의 의도적 실책을 하청업체에게 전가했다. 공무원은 이에 동조했고 진실을 위장하기에 바빴다. 이와 같은 작태는 위부터 아래까지 총체적으로 썩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86세에 임종을 맞이한 나의 어머니는 '이런 자들에게 형이 모욕당하고 천한 수모를 피하지 못할 것’을 예견하고 말도 듣도 못하는 형을 나에게 부탁한 것을 이제야 선명하게 깨달았다. 

운동이라면 저들과 나는 체급이 맞지 않지만 내 의무를 다하려는 굳은 의지만이 최강의 무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특히 저들에게는 무력이나 강경한 어조로 대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위장해 엮어서 참소할 수 있기에 간디의 비폭력, 비언행만이 저들의 음해에 엮이지 않는다는 술수도 저들에게 배웠다.

가세로 군수의 적나라한 실체를 알게 된 1,000일의 시간은 나의 어머니가 팔만대장경을 깨우치고자 백지에 지렁이 기어가는 그림(경전)을 빼곡히 적어냈던 그 내적 세상과 다를 바 없으리라.

이제야 비로소 이태원 사고가 왜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6.25 전쟁은 반드시 비통한 괴로움을 안겨주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살이 타고 입이 마르는 심정으로 이 선량한 군중 속에 꽈리 튼 악의 무리는 '관모을 덮어쓴 이들'이라 지목한다.

이제와 확인하건데 형과 어머니를 두 번 죽인 주범은 오늘도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아 벌건 눈을 부릅뜨며 헤매고 있을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 형제는 어머니 유지를 받들어 마지막 그날이 올 때까지 한정된 모래시계에 불과한 내 생의 전부를 진정 가세로 군수와 함께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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