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태안향토문화연구회장 박 풍 수
전 태안향토문화연구회장 박 풍 수

우리나라의 헌법 제1조 1항에 보면“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되어있다. 이에 따라 거주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약 5.000만 명이지만 많은 인구가 서울과 경기지역에 분포되어있다. 거주와 직업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의사도 인구가 많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인구밀도가 적은 농, 어촌에는 의사들이 기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서산시와 태안지역의 어느 병원에서 00과 전문의를 채용하는데 연봉 3억 원을 제시하였으나 이에 응하는 의사가 없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돈다. 
하기야 변호사비용도 상한선(上限線)이 없으니 의대와 법대에 학생이 몰리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는 정부에서 늦은 감은 있지만 의사의 수(數)를 늘리기 위하여 의과대학의 정원을 늘린다고 하니 의사협회(노조)에서는 난리다. 
머리를 자르고 머리띠를 두르고,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한다더니 결과는 발표를 미루고 있다. 
왜 발표를 미루고 있을까? 의사라는 직업은 인간의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래서 의사가 되면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내용도 바뀌었다고 한다. 
요즈음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성형외과, 의사는 가장 인기 있는 의사가 된 반면, 흉부외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은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하기야 학생도 학과의 선택 자유권이 있으니 딱히 할 말이 없다. 
요즈음 농어촌의 인구가 직장이 많은 도시로 이주함에 따라 소멸 위기에 놓인 시·군(市君)들은 귀농(歸農), 귀어인(歸漁人)들을 모셔오기 위해 별의별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微微)하다. 
젊은이들이 시골에 살기를 꺼리는 이유가 다양(多樣)하겠지만 첫째로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옛날에는 집에서 아기를 출산했고 감기에 걸려도 약방에서 해열제 정도를 먹고 자랐지만, 지금은 의학이 발달하여 종합병원에는 24시간 환자를 맞는 응급실이 생겨서 웬만한 병은 처치를 하고, 위급한 환자는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심·뇌혈관등 위급한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보내져 치료를 받는데,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쳐서 필자의 주위에도 불구를 가지고 생명만 유지한 채 살아가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천만다행으로 우리지역의 국회의원이 서울대학교의 의료진 7명을 유치하여 “심뇌혈관센터”를 24시간 운영하고 있어 충남의 서부권역(西部 圈域)에는 늦은 감이 있지만 천만다행으로 여겨진다. 
의사는 보통 선생님으로 불린다. 80이 넘은 필자도 원장님, 과장님, 선생님으로 높여 부른다. 필자는 부부가 80이 넘어 병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처지다. 
문득 유행가의 한가락이 떠올라 써본다. 가수 이름은 모르지만 ‘그대 없이는 못 살아’(병원 없이는 못 살아), ‘나는 그대 앞에 서면 왜 작아지는지’(나는 의사 앞에 서면 왜 약해지는지?) 
서산에 있는 모 종합병원에 10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내원하여 치료도 받고 수술도 받은 적이 있는 단골병원이다. 
몇(?) 년을 다니다 보니 이상한 일이 있었다. 장기 환자이다 보니 모든 약을 2개월씩 처방해주어 편리했는데, 유독 어떤 의사 한 분만 1개월분씩 약을 처방해주어 몇 번을 사정해 보았으나 자세한 설명도 없이 환자의 말을 묵살했다. 
생각다 못해 그 병원의 원장님을 만나려 3번쯤 시도해 보았으나, 그때마다 회의 중이란다. 
원장실은 구중궁궐 같은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가까이 가도 보이지 않는다. 
몇 년을 서산을 1개월에 한 번씩 오가자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약이 특별한 약이 아닌 것쯤은 필자는 알고 있는 터여서 같은 병원의 같은 과로 옮겼더니 그날부터 2개월분의 약을 처방해주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개월분씩 처방해준 의사는 그 병원의 고참(?)이었다. 몇 년간 1개월에 한 번씩 서산을 왕래하였으니 그 시간과 금전적 손해배상은 받던지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 병원의 00부장에게 그간의 사정을 말했지만, 의사는 일반직이 아니어서 어려움을 토로하여 그 병원에 그냥 다니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의사의 횡포이며 특권(?)이다. 시골에는 의사가 없어 난리인데 의사라는 특수한 직위를 이용하여 의대생을 늘리지 말라고 머리를 삭발하고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자기들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소리치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이 앞섰다. 
북한에서는 핵폭탄을 만들어 거의 매일 우리 국민을 위협하고 있는데, 머리 좋은 학생들이 의과대학이나 법과대학만 지망하지 말고 보수(報酬)가 좀 적더라도 ‘물리학’을 전공하여 고(故) 이휘소박사와 같은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탄생하여 국가에 이바지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띄워본다. 
많은 의사들이 열심히 환자들을 돌보지만, 극히 일부의 의사들로 인하여 동료 선·후배 의사들에게 누(累)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역설적(逆說的)으로 환자 없는 의사의 존재가치에 대해서 답을 구(求)해본다. 의사 선생님들이여! 의사 면허장을 받던 날, ‘희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외칠 때로 돌아가 보기를 이 시골 늙은이는 소리 높여 외쳐봅니다.
새해를 맞아 태안군민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심산 박 풍 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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