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300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태안군.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들을 낯선 땅에 온 이방인으로 치부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태안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군내 공식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이주여성 인구는 240명(11월 기준)으로 이중 비공식적인 통계치를 합한다면 그 수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이라 하면 소위 결혼한 뒤 한국에 건너와 가정을 꾸린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로, 역으로 남편이 외국인인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진 여성쪽 다문화가정이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연도별로 그 숫자도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실제 2008년 144명에 머물렀던 다문화이주여성 수는 해마다 22~33%를 오가며 증가하고 있다.

태안군 다문화가정의 현 실태와, 이주여성정책에 실패한 독일의 경험을 토대로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의 자문을 빌려 글을 정리했다.  <편집자>

김연화 관리실장이 마네킹을 놓고 얼굴 마사지 연습을 하고 있다.
김연화 관리실장이 마네킹을 놓고 얼굴 마사지 연습을 하고 있다.

김연화 관리실장이 마네킹을 놓고 얼굴 마사지 연습을 하고 있다.
김연화 관리실장이 마네킹을 놓고 얼굴 마사지 연습을 하고 있다.
 
 
 
 
 
 
 
 
최태호 교수(중부대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중부대 한국어학과).
올해 1월 전수조사에서 공개된 통계치로 살펴보면 군내 이주여성 수 231명 중 가장 많은 이주여성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태안읍(75명)과 안면읍(4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소원면(24명), 근흥면(21명), 원북면(21명), 이원면(19명), 남면(16명), 고남면(1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수에 비례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주여성들의 증가와 맞물려 연도별 다문화가족 증가율도 2007년 90명에서 2008년으로 넘어오면서 세 자릿수를 경신했다.

이후 꾸준한 증가세로 144명(2008년), 175명(2009년), 197명(2010년), 230명(2011년), 237명(2012년 6월 기준)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에 다문화자녀 비율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08년 166명에 머물던 다문화자녀수는 2009년 195명에서 2010년 217명, 2011년 238명, 2012년 253명으로 이제는 학교마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한명 이상씩 통학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의 국적은 어떨까.

베트남이 85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이 71명, 필리핀 44명, 태국이 15명 순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일본(7명)과 캄보디아(6명), 몽골(5명), 우즈베키스탄(2명), 인도네시아(1명), 네팔(1명)의 여성보다 비교적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는 2008년 다문화 결혼 붐과 함께 급작스레 늘어난 혼인율 증가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친지나 친구 등의 소개로 한국 땅을 밟는 여성들이 늘면서 다문화결혼의 형태가 처음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주여성들은 남편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충남도 최초로 태안군이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는 의견은 전체 231명 중 23.8%(55명)를 차지했다.

대체로 만족한다는 집단도 60명(26%)에 이르렀고, 보통이라고 한 응답자수도 38명에 달했다.
반면 66명의 여성들이 기타 의견으로 분류됐는데, 상황에 따라 만족과 불만족의 형태가 아닌 집안 고유의 생활상들이 이주여성들의 설문조사에 그대로 투영됐다는 게 태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인 의사소통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50명)과 대체로 만족(63명), 보통(42명)으로 남편과의 소통에는 대체로 어려움이 많지 않다고 답했다. 대체로 불만족이라는 여성이 10명, 매우 불만족 한다는 여성이 2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항목역시 64명의 여성들이 기타 의견에 손을 들면서 상황에 따른 의사소통의 불명확성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위 항목들을 취합해 남편과의 전반적 만족도를 나타낸 설문에서는 매우 만족이 45명, 대체로 만족이 70명, 보통이 41명으로 기타 65명, 대체로 불만족 8명, 매우 불만족 2명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주여성 집단이 아직까지 사회적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을 위해 공들이는 이유는 뭘까. 단연 인구증가의 열쇠가 이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태안만 하더라도 다문화가정 자녀가 최근 5년 새 137명에서 253명으로 116명이 증가했다.

다문화이주여성들의 인구유입을 시도하고 있는 곳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이주여성문제를 몇 년 동안 연구해 오고 있는 중부대학교 최태호(사진) 한국어학과 교수는 다문화 사회는 잘만 하면 특수한 방법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나, 잘못하면 폭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일례로 독일 다문화정책의 실패 원인을 꼽았다.
독일의 이주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우선 돈으로 해결하려던 방법론의 잘못이다. ‘kindergeld'라고 하는 것인데, 아이만 있으면 수당을 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의 일환으로 국제결혼이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다.

저출산으로 힘든 세상인데, 외로움에 젖은 이주여성들은 가능하면 자녀를 많이 낳으려고 하는 심리를 갖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이주여성들의 출산율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독일에서는 이들을 위한 정책 중 세 자녀 이상이면 수당을 주는 제도가 있다.

현재 태안군은 출산장려시책의 일환으로 신생아를 출산한 태안군 내 주민등록을 둔 부모에게 첫째, 둘째아 50만원, 셋째아 이상 1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셋째아 이후 영유아양육비가 지원되는데, 영유아는 1인당 매월 10만원이 최대 36개월 동안 지원된다. 독일에서는 두 자녀면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되며, 세 자녀면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 정도라고 한다.

12세 이전에 입국한 자녀도 포함한다고 하니 어찌 보면 자녀에게 상당히 후한 혜택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터키의 여성들이 이를 잘 활용해 입국 후 떵떵거리고 산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자녀의 생산만을 중요시하다 보니 종교적 갈등으로 폭동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종교적인 면에서는 아직 이런 경향이 없으나 갈등의 조짐은 처음부터 정책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다음으로 실업수당의 문제다. 우리나라도 실업수당을 주지만 오랜 기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른바 ‘Hertz Ⅳ’라는 법으로 계속해서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실업자를 양산해 국가를 어렵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이주민들이 일을 하지 않고 수당만 받아서 본국으로 보내는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다.

독일에서는 독일인과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어도 영주권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남편의 능력이 부족할 때 영주권을 주지 않는다. 3년 동안 수시로 담당자가 방문해 위장결혼을 했으면 남편은 벌금을 내고 부인은 즉시 추방된다.

이를 악용해 3년이 되기 직전에 이혼하는 나쁜 독일인도 있다고 한다.
이주민은 관청의 방문을 거절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 놨다. 비자와 돈을 무조건 주는 것을 반대하는 논쟁이 시작된 것이다. 실직수당이 이주민들의 맥주 값만 보태준다(bezahlt mein bier)는 포스터까지 그려서 실직수당을 반대하고 있다. 

태안군은 태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지난 2008년부터 이주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시책으로 그들의 삶의 다양성과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4단계별 한국어교육으로 가정 내 자녀생활 지도 등의 내용을 교육시키고 있다.
배우자, 시부모, 자녀지원으로 가족통합교육이 이뤄지며 취업과 연계한 소양교육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센터의 노력은 오는 19일 문을 여는 ‘다문화 피부 관리숍(원장 김정순ㆍ태안읍 동문리 290-3)’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졌다. 2년 동안 피부마사지 교육을 받은 8명의 이주여성들이 합심해 월세 15만원의 10평(33m²)남짓한 작은 가게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고미숙 사업총괄팀장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고객과의 언어장벽과 한국의 상문화 등에 관한 실제 수업형태로 창업을 준비 중에 있다”며 이주여성들의 창업을 반기는 분위기다.
지 나(27ㆍ필리핀) 피부숍 관리실장은 “친구들과 함께 돈도 벌수 있고,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고 싶다”며 웃었다.

김연화(41ㆍ중국) 관리실장은 “태안에 온지 20년 만에 하는 창업이라 잘할 수 있을지 떨리고 긴장된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좌욕과 경락 등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가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이고 이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충분한 연구와 인식의 전환 및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나라의 발전과 행복은 생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제도가 뒷받침이 되었을 때 더욱 빨리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이미선 기자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