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서예가 림성만
문필서예가 림성만

약속은 지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약속은 없었지만 내가 그녀의
마음을 읽었다면 앞서나간 것일까

일 년 지나고 또 일 년 지나면
그대 오실 건가요
가뭇없는 세계 꿈들 다 사라지고 나면
그때 비로소 그대 오실 건가요
남은 날들은 남은 자들의 것이고
남은 슬픔이야 남은 세상의 것이라 말하지만
하늘이 높습니다 별이거나 달 구름
숨은 빛과 먼 빛들 그대를 스쳐지나간
추억의 물결 위에 아직도 일렁거리는지
오늘 하늘 가없이 드높은데
해 지기 전의 노을 해 뜨기 전의 먼동
빛이란 빛들은 다 모두어
일 년 지나고 또 일 년 지나 일렁이면
그때 기어이 그대 가슴에 나
그리움으로 닿을 수 있을까요

그대여 ‘왜’라는 단어
그 단어는 생각하지 마세요
그대 울지 마세요 나도 우는데
나는 어쩌란 말입니까
그대 울어도 내가 닦아줄 여력이 없기에
그대가 울면 나도 또 울어버릴 겁니다
그대가 사무치게 그리워져도
참아내며 그대의 고운 얼굴 생각하면서
그대를 항상 기억할 겁니다
새벽 안개속 계곡을 흐르는 저 물소리
나뭇잎 스치는 바람소리에
묻혀오는 연가는 아침 안개에 젖어
그대 눈동자의 반짝임처럼
가슴을 젖게 합니다.

들꽃 풀꽃 한줄기 바람마저
짙푸른 초록빛에 낙심처럼 내려앉아
내 가슴속에 꽃으로 살포시 피려합니다
사랑 알 수 없는 그리움인지
쇠잔한 내 가슴에 붉은 빛 태양처럼 떠올라
바다처럼 넓은 마음 움트는
그대 모습과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이 순간
나는 그대를 그리워하지만
태양 빛 내려앉아도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지요
또 다른 내일이 있어 기다리지만
계절은 서서히 물러갑니다

어느 날 그대 말없이 다가와
내 어깨에 기대설 수 있어도
내 안에 봄날은 아직 그리움으로 머물러
바람이 지나간 텅 빈 자리는
그리움 되어 처연하게 일렁입니다

설움 한껏 묻고 살아온 지나간 나날들
우린 애초 떠나온 곳이 다르듯 
흘러내리는 눈물도 슬픔과 아픔도 다르지만
어느새 조금씩 닮아가고 있습니다
붉어지는 마음 감추고만 살아온 세월 속에
우린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 건지
아득하게 기억해도 시간은 되돌려지지 않고
왜 생의 걸음을 멈추고 서 있을까요
아득해 보이지만 사랑과 평화를 추구하기에
상처와 눈물도 모두 거두고
울림 커다란 몸짓되어 떠나는 겁니다

가까이(?) 있지만 다가서지 못하는 마음
빈 유리잔 속에 그대 마음을 넣고
홀로 있어 쓸쓸하지만 천천히 마시고 싶습니다
차갑지 않은 내 가슴에 그대를 간직하고
풀리지 않는 현실의 괴리에서
지금 몸부림으로 서성이지만
무엇으로 이 깊은 상처를 채워야 할지
채울 수 없는 허전한 가슴은 서럽게 메어지고
살얼음판 같은 가슴앓이를 그대 알고 있는지
뜨거운 내 마음 깊숙이 자리잡은 
그리움으로 가득한 그대여

고여 있는 외로움
드넓은 바다처럼 나를 유혹할 때
먹구름 사이로 벗겨질 듯 벗겨지지 않고
흐르는 광채는 떠나갈 듯 떠나가지 못하는
사람없는 빈 배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아무도 와주지 않는 내안의 슬픔 속에서
정점을 찾지 못한 그리움 속에
사랑은 호사스럽다지만 눈물도 허사였던가요
나 여기 있는데 그대는 어디있는지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무려면 빈 배 계속 남기려는지
함께 노 저을 날 언제일까요

그대 거기 어디쯤 계신가요
내 말 듣고 계신다면 들어주세요
그대에게 하지 못했던 말 정말 많지만
그대와 처음 마주쳤던 남도의 작은 시골길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인
배롱나무 꽃보다 더 붉은 내 마음
온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
호들갑스럽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계절
하여 반가워도 움켜쥘 수 없는 시간이지만
바다는 내게로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등대는 외로운 이들의 우체통입니다

바닷가 모래톱에 앉아 편지를 써봅니다
누군가의 고독까지 비추는 저 등대
그대 거기 계신가요
스스로 선택했지만 그리움으로 남긴 채
그러나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랑했고 내 마음은 한층 붉었노라고
이젠 내 생애 그대와 얼마나 만날지
수줍은 듯 붉은 배롱나무 꽃처럼
그대 향한 그리움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나를 치유해주는 음악, 내가 치유해야 할 사랑, 모든 이야기와 사연들, 그 안에 숨쉬고 있을 당신...
시련 없는 삶은 향기 없는 꽃과 같습니다. 꽃은 항상 피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산산히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침 햇살을 머금은 이슬처럼 맑은 눈망울로 철없이 미래의 꿈을 이야기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을 만큼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면 실패했어도 결코 실패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제대로 하면 성공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때론 그리움이 글씨가 되기도 하고, 혹은 글씨가 그리움을 낳기도 하지 않는지요.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 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과, 나를 기다리며 공부하는 도반들과 만나고, 사랑스런 사람과 산자락에서 흐르는 개울물 길어다 차를 끓여 함께 마시는 그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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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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