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최병현

자매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동남아시아 처녀와 결혼 희망자 구함>이라는 거리에 있는 광고를 보았다. 동생이 “말이 통하지 않아서 어떻게 살지?” 언니 왈 “너는 네 남편과 말이 통해서 사니?” ‘사랑해서 같은 곳을 바라볼 거’라 생각하고 결혼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불통 부부의 얘기다.

지하철은 시대상을 담고 있다. 불과 수삼 년 전까지만 해도 신문을 널찍이 펼쳐 읽거나 책장을 넘기는 풍경이 심심찮게 보였다. 그래서 다양하고 흥미로웠으며 살아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눈 빠지게 스마트폰을 보는 것으로 어색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컴퓨터와 전화기가 결합된 똑똑한 스마트폰의 탄생으로 세상은 침묵하기 시작했다. 사회는 이미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다. 대답만 하면 된다)’ 불통시대의 개막이다.

현대의 네트워크(Network)시대는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폰에 의해 대중화되었다. 이를 통해 사람간의 소통은 분초를 다투어 신속, 정확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고도화된 통신 기술은 사람 간의 관계를 담보하지 않는다. 기술의 고도화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무너진 지 오래다.

탁월한 통신 기술로 만들어진 YouTube 등 SNS는 오히려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게 만든 측면도 있다. 대부분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려는 편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YouTube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같은, 혹은 비슷한 것들만 골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것보다 자신들이 믿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시청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것이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 비결이다. 사람들의 편향성은 더욱 기울어지고 굳어진다.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소통목적의 통신기술이 오히려 불통 키워

 

고도화된 네트워크 기술(通)이 역설적으로 편향적인 불통(不通)시대를 개막한 꼴이다. 분초를 다투는 고도화된 네트워크가 사람간의 관계와 사회발전의 선한 원동력이 되지 못하면서, 갈등을 양산하고 극단주의를 부추기며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문명의 이기로 변모된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에는 신경을 쓰지 않거나 아예 외면한다. 마치 책을 한 권밖에 읽지 못해서 아집과 오만, 편견에 빠진 사람처럼 내 편과 네 편을 쉽게 갈라치기를 한다. 이들은 흑백논리와 삐뚤어진 신념으로 금긋기를 하고,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웃으면서 난도질한다.

이들에게는 공맹(孔孟)이 필요하지 않고 예수나 석가조차도 들어설 자리가 없어진다. 객관적 사실과 냉철한 이성, 과학은 사라졌다. 터진 입으로 그럴듯하게 둘러대고 변명하고 단언하고 독설과 궤변이 득세한다. 자기 편의대로 해석하는 편향은 인간의 기본기다. 학력 수준이 특히 높을수록 이러한 성향이 강해진다. 저들의 문법이 무섭고 두려운 이유다.

불통의 또 다른 이름은 편향(偏向)이다.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한 두 눈과 두 날개는 이미 거추장스러운 사치다. 그런데도 겸양과 지성, 성찰과 지혜를 가지고 편향의 기울어진 질곡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멈출 수는 없다. 소통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살리고 결국 사회를 살리기 때문이다.

사람 간의 소통은 고도화된 통신 기술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사람의 마음가짐이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볼 수 없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대학-修身편).

1) 마음을 열고 난 후 사람 간에 불통의 낭패를 막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나’ 대화법( I-Massage)이다. 상대방의 옳고 그름, 정상과 비정상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대화법을 말한다.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보다 자신의 욕구를 솔직히 말해주는 방법이다. 아무리 온순한 사람도 ‘너, 너, 너’ 연발하는 비난의 말을 듣게 되면 방어본능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으로 말에는 상대방도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문제 상황을 파악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2)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의사 전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능력 경청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온전하게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 듣는 경청(적극적 듣기) 능력은 커뮤니케이션 최고의 기술이다. 이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많은 학자는 대화에서 경청의 비중을 80% 정도 유지하라고 권한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보고 말은 적게 하라고 말한다(눈과 귀는 2개, 입은 하나인 까닭).

한의학에서는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通 不通卽通: 통하면 아프지 않을 것이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을 말한다. 사람의 병은 기의 흐름이 막혀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디 육체뿐이랴, 마음이 막히면 사람 간에도 조직과 사회에도 병이 생긴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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