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 부소장 맹주완
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 부소장 맹주완

인간 개개인의 목적을 향한 동기유발과 역동성은 창조성을 발현시킨다. 또한 창조성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며 다양성, 개방성, 관용성, 포용성, 소통, 연결성, 유연성 등을 전제로 한다. 폐쇄된 조직 문화,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위계 문화, 쉴 새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환경에서는 창의성의 발현이 어렵다.

유네스코에서는 지역 문화자원을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글로벌화에 성공한 도시들을 선정하는 ‘창조도시 네트워크’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학, 음악, 공예, 디자인, 미디어아트, 음식, 영상 등 특화된 자원을 활용하여 성공한 도시들이 그 평가 대상이 된다.

문학의 도시로는 더블린, 에든버러, 멜버른, 하이델베르크 등이 있는데 도시에서 출판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며 문화센터, 작가의 거주지, 박물관, 출판업 등 문학적 도시 인프라를 평가한다.

디자인의 도시로는 서울, 베를린, 상하이, 베이징, 나고야 등이 있으며, 건축, 인테리어, 패션 등의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는지, 디자인 관련 학교와 연구센터가 있는지, 디자인박람회, 디자인산업이 중심축을 이루는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평가한다.

음악의 도시로는 볼로냐, 빈, 만하임, 하노버 등이 있는데, 케이 팝(K-pop)의 세계적인 열풍을 볼 때 우리나라도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

음악은 언어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인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문화적 이질감을 줄여준다. 보편적인 인류 코드에 맞는 음악은 인종과 언어를 초월하여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음악의 도시로 선정된 도시에는 어떤 저력이 숨어있을까. 세계적인 음악 관련 전문예술교육 과정이 준비되어 있고, 유명한 음악가들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젊은 아티스트들이 몰려든다. 밤낮으로 도시에서 열리는 음악회로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음악을 아이템으로 예술가, 과학자, 기능인들의 협력의 산물들이 도시경제 시스템과 연결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한다.

공예와 민속예술의 도시로는 이천, 산타페, 가나자와 등이다. 독특한 전통의 민속예술과 공예기술을 보유한 작가와 예술인 양성센터, 박물관, 축제, 전시회, 박람회 등 공예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도시들이다.

첨단과학은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고, 문화와 예술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디어아트의 도시로는 광주, 삿포로, 린츠 등이며, 영화의 도시로는 국제적인 영화제를 개최하거나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들이 있는 부산, 전주, 할리우드, 칸, 시드니, 베네치아 등이다.

음식의 도시는 어디일까. 음식문화는 민족과 관련되며 모든 문화의 근간이 되므로 모든 도시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행위에는 정체성의 표출, 신분의 상징, 관계의 형성, 내면화, 상징의 도구 등 다양한 코드가 숨겨져 있다. 그리고 식재료, 조리법, 전통, 풍습, 종교 등이 어우러진 요리에는 문화색이 깊이 배어있다.

음식은 맛이나 영양도 중요하지만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음식을 나눠 먹으면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져 자유로운 소통과 가족이나 사회적 공동체를 결속시켜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먹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여러 문화가 혼합된 퓨전 푸드를 개발한다면 음식을 통한 세계적인 음식문화 네트워크도 가능해진다.

문화적 인프라가 풍성하다고 문화도시가 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열려있다.

첫째,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들은 지역의 고유자원을 어떻게 특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과 창조적 역량강화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둘째, 지역의 정책입안자와 문화기획가들은 문화예술 분야에 디지털기술의 접목과 문화·예술적 기량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시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디지털 환경을 십분 활용하여 고유한 지역의 문화자원을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그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가치로도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지자체는 다양한 방식의 교육과정을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에 대해 지역민들이 자부심과 애착을 갖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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