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었다. 세계 책의 날은 올해로 21회째로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1995년부터 독서 출판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해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유네스코는 인천을 ‘2015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했다. 이로써 인천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독서 진흥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을 '세계 책의 날'로 지정한 까닭은 세계적인 문호인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이날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 `세인트조지의 날' 행사 중 스페인의 한 지방 축제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전하는 풍습이 전하는 데서 착안했다.

책과 관련된 수많은 사자성어 가운데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입에 오르내리는 말은 송나라 주자가 지었던 <小學>에 나오는 주경야독(晝耕夜讀: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책을 읽는다)일 것이다.

이 사자성어는 주로 수불석권(手不釋卷)이란 또 다른 사자성어와 짝을 이뤄 쓰였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늘 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또한 ‘등화가친(燈火可親, 등불을 가까이 해 책을 읽음)’이라는 말 이외에도 많은 한자말들이 가을의 일상어로 쓰였었다. 독서삼매(讀書三昧), 주경야독(晝耕夜讀), 형설지공(螢雪之功, 반딧불이나 눈빛으로 책을 읽음) 뿐만 아니라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아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두보의 말), 서중자유천종록(書中自有千鍾祿, 책 속에 큰 재물이 들어 있다는 당나라 사람 유종원의 글),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생긴다)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는 책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 어느 것과도 비교가 안되는 중요한 물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중시여기고 책읽기를 생활화했을 뿐만 아니라 책을 많이 발간했던 시대는 단연 조선시대를 꼽을 수 있다. 성리학을 신봉한 조선 사회에서 엘리트가 되려면 지식인이어야 했기에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 먹을 것이 없더라도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아야 선비 행세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책 발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 사업이었다. 명군으로 꼽히는 세종과 정조는 책 발간 건수에서도 다른 임금들을 앞선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부터 농사 짓는 일까지 모든 것이 책에 근거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 정작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은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대학생 10명 중 4명은 1년간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단 한권도 빌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취업난과 함께 스마트폰이 전통 활자를 밀어내는 세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14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 대학 도서관 416곳에서 대학생 1명의 도서대출 수는 연간 7.8권에 그쳤다. 3년째 줄어들고 있는 수치다. 특히 4년제 대학생의 42%는 1년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한권도 안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책읽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책읽기를 통해 부족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 자신과 가족, 사회, 더 나아가 모든 생명에 대해 바로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손에서 멀어진 책을 다시 잡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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