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성만 문필서예가
림성만 문필서예가
어느새 매화향기가 지천에 깔려있다.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기나긴 추위 속에서도 함부로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고절인데, ‘서예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진중하면서도 절제를 표현하는 예술이 아닐까.

철필이 아닌 부드러운 모필로 글을 옮겨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음인데, 7~80대 어른들과 함께 공부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조금은 애로사항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붓 자루를 들고 물 흐르듯 한지를 펴놓고 먹물을 찍어 자신의 정체성을 옮기는 작업에 희열도 있었으리라. 그것도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사)한국서예협회충청남도지회가 주관한 제 22회 충청남도 서예대전(공모전)이 있었다. 2015년 3월 28일 공주 신월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심사가 있었고, 29일 특선자들이 모여 휘훈대회가 있었는데, 본인 작품인지 확인하는 절차인 과정이다. 이번 공모전에 우리지역, 다시 말해 태안노인복지관(관장 최성환)서예교실에서 공부한 어른 14명이 도전(?)하였는데 한글 부문에서 장봉철(여)님이 작년에 이어 특선의 영예가 있었고, 행ㆍ초서 부문에서 모두 입선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물론 이번 결과가 있기까지는 태안노인복지관의 배려가 있었음을 고마움과 함께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일주일에 두 번 (수ㆍ금)공부로 전문가적인 것은 못됐지만 변명이 아닌 또 하나의 이유, 지도하는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상상 밖이다. 왜냐면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그들은 매일 학원위주로 공부하는 젊은 경쟁자이기에 하는 말이다.

서예공부를 평생의 업으로 살아가는, 40여년 공부에 때론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감상에 젖어보기도 한다. 왜냐면 못 배우고 서러운 것이 아니라 해도 하나의 예술에 근접하는 입장으로 돌아가 봐도, 가히 예술은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예술이 밥 먹여 주느냐’ 물론 예술을 사치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문화적 공감과 관점에서 보면 과연 그것이 예술적(?) 사치일까?

우린 새봄이 다가오면 꽃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향기까지 그리워하지 않았던가. 일 년을 공부해서 시험하는 기분으로 기다리는 것은 나이를 논하지 않더라도 행복의 가디람이 아닐까. 하여, 어르신들께서 자랑스럽지는 않더라도 자존감이 있는 시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 년 동안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견뎌준(?) 어르신들의 인내심에 과장된 표현일지 몰라도 ‘존경’을 금할 수 없다.

고생으로 자식 공부시키고 늘그막에 어쩌다 취미삼아 공부해서 가족과 지인들한테 진정으로 축하받는 그런 행복한 시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청춘의 입장보다는 노년에 건강한 마음의 시간이었길 바라고 입상하신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드리며, 더 높은 곳을 향해 전진하시길 바란다면 무례함인가.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천천히 기억해보면 욕심 없이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쉽지 않음이다. 그럼에도 어르신들의 노년의 공부, 그 노고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며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노년을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도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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