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태 사무과장
서영태 사무과장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라는 말이 있었다.

과거 우리의 선거문화가 지금보다 한참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 공직선거 후보자들이 ‘고무신’과 ‘막걸리’로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구하던 후진적 선거풍토를 빗댄 말이었다.

금권선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고무신’과 ‘막걸리’가 이제는 당선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후보자들이 잘 알고 있고, 유권자 또한 더 이상 이것들에 유혹되지 않는다.

오는 3월 11일은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일이다. 조합장선거는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 관리되어 왔으며, 조합별로 수시로 치르는 선거로 인한 낭비를 줄이고자 지난해 6월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조합장선거를 전국 동시에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태안군은 2만2천여 명이 넘는 조합원이 해당 조합의 대표를 선출한다. 2만8천여 세대인 우리 지역의 경우 10가구 중 8가구에 조합원이 있는 셈이니 공직선거만큼은 아니어도 결코 가볍지 않은 선거인 것이다.우리는 흔히 조합장선거에서 ‘5당 4락’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선거에서 5억을 풀면 당선되고 4억을 풀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풍자적인 표현이지만 우리를 참 씁쓸하게 한다. 그동안 조합장선거는 ‘돈 선거’라는 오명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충남 내 모 지역조합 입후보예정자가 수천만원을 조합원들에게 살포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되어 구속된 사례가 있었고, 우리 지역에서도 지역행사에 찬조금을 제공한 혐의로 입후보예정자 2명이 검찰에 고발되었다.조합장선거는 그 특성상 선거인이 비교적 제한적이고 적은 표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두 표만 더 얻으면 당선된다는 절박함이 거의 모든 후보자들에게 있다.

이로 인해 후보자들이 “돈”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이 현실이고, 한 표의 가치가 절대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인 조합원 또한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받으니까 준다.’ 아니면 ‘주니까 받는다.’ 둘 다 맞기도, 틀리기도 한 말이다. 각각의 말 앞에 ‘내가’를 붙이면 맞는 말이고, ‘네가’를 붙이면 틀린 말이다. 후보자와 유권자, 주체와 객체가 따로 있지 않다.

모두가 주체인 것이다.조합장이 되려는 분들은 모두가 조합을 위해 일하려는 사명감이 있을 것이고, 어느 정도 봉사하려는 각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돈 ‘5억’을 들여 오로지 봉사만 하기 위해 조합장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심리상 투자(?)를 하면 ‘본전’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의 힘으로 당선된 사람은 우선 ‘본전+α’부터 챙긴 후에 조합의 이익에 눈을 돌릴 것이 분명하다.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이익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 몰래 받는 10만원은 후일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20만원, 30만원을 대신하는 것에 불과하다.

‘돈’의 유혹에 빠져 당장의 부끄럽고 작은 이익을 취할 것인지, 가까운 앞날의 당당하고 더 큰 이익을 취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후보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것이 아니라면 그 유혹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이제는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가 이제는 과거의 단편을 풍자했던 단어가 됐듯이, ‘5당 4락’ 또한 씁쓸한 추억의 한 조각이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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