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가 23일 본회의를 열고 ‘천안시 시정홍보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전격 통과시켰다.

시의회가 시정홍보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기에 이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의회에서 브리핑실 상시점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만든 것은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일까?

천안시청사가 불당동 시대를 연 지난 2005년 브리핑실은 말 그대로 브리핑을 열기 위한 공간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칸막이형 책상이 들어오고 속칭 ‘회원사’ 기자들의 무단 상시점유가 시작되면서 이들이 좌석?광고?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물론 기사담합 등의 행태를 보여 여러 논란을 일으켜왔다.

이같은 행태는 지난 10여년간 계속 이어져왔고, 공무원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언론계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문제제기가 잇달았지만 천안시는 이들 회원사 기자들에게 광고와 정보가 독점되도록 돕는 역할을 서슴지 않았다. 천안시가 기사담합 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으면서도 이처럼 도우미 역할을 자처한 것은 이들 회원사 기자들의 기사를 이용한 압박에 맞서기 쉽지 않은 ‘선출직 시장’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천안시는 지역사회 여러 곳에서 브리핑실 운영과 광고배정 등에 대한 문제제기, 심지어 행정소송까지 당하면서도 ‘기자들 문제는 기자들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히며 책임회피를 해왔다.

이들 회원사 기자들의 ‘특정인(또는 특정사안) 몰매’ 기사담합은 제7대 천안시의원들이 선출된 지난해 6월 이후 더욱 노골화 됐다.

의회가 개원하기도 전부터 의원들 개인사무실 설치를 ‘혈세 퍼부어 초호화 개인사무실 설치’라고 비난하는 기사를 회원사 모두가 쏟아내는가 하면, 7년만에 인상을 시도한 의정비에 대해서도 온갖 몰매를 가했다. 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해외연수를 외유성으로 몰아가고, 의장단의 업무추진비가 대부분 밥값으로 사용됐다는 공세까지 퍼부었다.

심지어 이러한 과정에서 ‘회원사 기자들이 천안시청 간부 공무원들과 천안축구센터에서 술판을 벌이고도 이용요금조차 내지 않았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한 천안시의원이 진상파악에 돌입하자 한 회원사 기자가 ‘한 번 해보자는 거냐’며 해당 시의원을 협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회원사 기자들의 도를 넘는 행태에도 천안시는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자 천안시의회가 칼을 빼들었다.

시의회는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 과정에서 부시장과 공보관 등을 출석시켜 브리핑실의 비정상적인 상황과 회원사의 광고독점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시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자 주명식 천안시의회 의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 의장은 의원총회에서 “의장직을 걸고 이 문제를 개선시키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의 시장이나 시의회 의장은 임기 후 재선이나 총선 출마 등의 ‘더 큰 꿈’을 꾸고 있어 언론과 맞설 수 없었지만, 주 의장은 제7대 의원생활을 끝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한다는 계획이어서 거칠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시정홍보 활성화를 위한 조례’는 이례적으로 시의회 의장이 대표발의자로 나서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접 서명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회원사들이 지면과 구두로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지만 아랑곳 않고 결국 본회의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번 조례 제정은 결국 회원사 기자들의 자승자박이었다는 평가다.

/엄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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