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자신이 만든 조선말 궁중나인들의 새앙머리를 손보는 고정화(52ㆍ태안읍 잉꼬헤어숍 원장) (사)대한미용사회 태안지부 부지부장.
지난달 31일 자신이 만든 조선말 궁중나인들의 새앙머리를 손보는 고정화(52ㆍ태안읍 잉꼬헤어숍 원장) (사)대한미용사회 태안지부 부지부장.

“태안의 역사와 전통, 가체로 전국에 알리고 싶어요.”

수줍은 마음 발그레 볼로 물들이면 꽃신 신고 곱게 맨 매듭 나풀거리며 초록의 풀밭을 넘실거리듯 걷는다.

댕기머리에 장식한 소박한 리본은 그 시절 처녀를 상징하는 우리네 풍습이어라.
서양에 업스타일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에는 올림머리가 있었다.

궁중이나 혼례의식에서 보면 의복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이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이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기 다른 모양과 디자인으로 의식에 맞는 의복과 헤어는 필수였다.

미용은 현대 여성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의 대상이다. 염색에서부터 긴머리, 곱슬머리, 짧은머리 등등 이름도 많고 일화도 많은 당신들의 머리카락은 지금 안녕하신지요.

태안군 최초로 궁중머리 즉 고전머리 가체를 만드는 기술을 전문자격증으로 취득한 이가 있다는 소식에 지난달 31일 한달음에 찾아간 곳은 태안읍 중심가 뒷골목에 위치한 잉꼬헤어숍이다.

오전 한가로운 시간대를 틈 다 가체의 기본인 대수를 만들고 있는 그녀는 고정화(52ㆍ태안읍 잉꼬헤어숍 원장ㆍ사진) (사)대한미용사회 태안지부 부지부장.

어린나이 미용업에 입문해 33년간 가위질로 굳은살이 박일 때로 박인 그녀가 3년여간의 도전 끝에 우리나라 2대 명장 중 한사람인 최태연(62ㆍ경북 경주) 교수로부터 올 3월 기술자격증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은 운 좋게도 최태연 교수와 고 원장과는 동종업계에 종사하며 최 교수의 같은 제자인 이선미(42ㆍ충남 공주시)씨도 함께 대수 만드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사람은 무릇 뿌리가 중요하다. 사람에게 뿌리는 머리카락이고 이 머리카락은 우리가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모발은 모태로부터 나온다’는 확신이 이들에게는 확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발은 그 사람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사물이며 그 사람 특유의 취향이나 분위기를 나타내는데도 요긴한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 원장이 올림머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찌 보면 미용업을 시작했던 그 첫 출발점에서 부터가 아닌가 싶다.

신부화장을 전문으로 시작해 올림머리에 대한 커다란 관심이 지금의 가체 만드는 기술로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가체는 대수를 만드는 과정부터 각자 스타일에 맞는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1점당 6~7시간에 이르는 꾸준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제 아무리 손재주가 좋다고 해도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작업이 중간 중간에 끼여 있는 까닭에 이렇게 2~3명이서 팀을 이뤄 작품을 완성하는 게 이쪽 업계에서는 관행이라고.

올 겨울이나 내년 초 약 20여점에 달하는 가체 작품전시회도 기획중인 고 원장은 사람에 대한 뿌리를 찾는 것 중 하나로 가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도 커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놨다.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내년 봄께 작품전시회를 통해 태안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문화를 가체라는 전통의 것으로 재현 승화해 보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또 이를 통해 궁중머리에 대한 후배양성도 함께 이루게 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작은 체구에서 어찌 저런 엄두 못할 꿈과 계획이 찬찬히 세워졌는지 궁금할 쯤 고 원장의 남편 전태규(56)씨가 미용실에 들어왔다. 외조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전씨는 고 원장이 가체에 관심을 갖고 경북 경주로 수업을 듣기 위해 주경야독 할 때면 늘 그녀 대신 집안일을 독차지 했을 만큼 정감 많은 남편이다.

'외조의 왕’ 남편 전태규(56)씨와 나란히 카메라 앞에선 고정화 원장.
'외조의 왕’ 남편 전태규(56)씨와 나란히 카메라 앞에선 고정화 원장.

같은 태안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알콩달콩 사랑을 쌓아온 이들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1984년 잉꼬미용실을 개업했다.

아내가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전국 내로라하는 미용업계 스승들을 찾아 나설라치면 남편 태규씨도 그런 아내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전씨는 “늘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해요. 아직 태안에서는 생소하기만한 가체가 태안의 전통과 역사를 알리는데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제 욕심이지만 태안문화제때 부스 한켠 태안의 올림머리를 알릴 수 있는 아내의 가체가 작품으로 선보여지는 날까지 언제고 외조를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서로가 있어, 또 꿈이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는 이들 부부.

대수를 한 땀 한 땀 엮어 빼곡하고 곱게 단장한 옛 우리 여인들의 머리가 고 원장의 손에서 화려하게 태안을 알리며 외출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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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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