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태안군여성센터 차밍댄스강의가 한창이다.
지난 28일 태안군여성센터 차밍댄스강의가 한창이다.
 
 
김정숙(39ㆍ태안읍 동문리ㆍ사진) 태안군노인복지관 및 태안군여성센터 차밍댄스강사.
김정숙(39ㆍ태안읍 동문리ㆍ사진) 태안군노인복지관 및 태안군여성센터 차밍댄스강사.

짧은 치마, 붉은 립스틱, 일자로 정돈된 다부진 앞머리.

오늘도 그녀는 힘찬 구령소리와 함께 태안군 여성들의 건강지킴이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김정숙(39ㆍ태안읍 동문리ㆍ사진) 태안군노인복지관 및 태안군여성센터 차밍댄스강사.

그녀 나이 서른하나. 넘치는 자신감 하나로 낮선 태안 땅을 밟았다.

거칠 것 없던 당시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경북 포항에서 댄스강사로 활동했던 그녀는 지인의 소개로 태안읍내 대한휘트니스센터 강사로 입사하기에 이른다.

잘 나가던 스타강사였지만 버는 족족 쓰기에 바빴던 젊은 날 호주머니에 있는 거라곤 90만원이 찍힌 통장 하나.

‘그래, 태안에서 제2의 인생을 사는 거다’란 마음으로 센터 입사 일주일 만에 매력적인 차밍댄스로 여심을 뒤흔든 그녀는 이후 평탄대로를 걷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른하늘에 날벼락. 센터 내 김씨의 찌를 듯 한 인기를 질투한 한 직원에 의해 김씨는 입사 3개월 만에 사장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는다.

센터에서 해고되기 일주일쯤 전 태안군노인복지센터에 이름도 생소한 차밍댄스를 홍보했던 그녀는 한줄기 희망으로 어르신들의 강의의뢰를 받게 된다. 돈은 한 달 생활비도 안 되는 25만원.

그래도 ‘아주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옛말을 상기시키며 열심히 어르신들에게 댄스를 가르친 결과 김씨의 댄스강의는 일주일 만에 80명이 수강신청을 하면서 가히 어르신들의 신댄스문화 선도에 한 획을 긋게 된다.

2006년 김씨의 겨울은 그렇게 단칸방 냉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며 책을 읽고 낮엔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일이 일상의 전부였다.

이듬해부터 김씨에게는 기적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자주 다니던 미용실에서 만난 태안어린이집 원장의 소개로 어린이집에서 강의를 맡게 됐고, 노인복지센터 80명의 어르신 수강생들의 입소문을 따 여성센터에까지 차밍댄스 강의를 제안 받게 된 것이다.

또 김씨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어르신 수강생들은 매일같이 김치며 밑반찬을 해다 주면서 김씨의 형편도 점차 윤택해져갔다.

지금도 그녀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2006년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과 온갖 벌레들이 집안을 뒤덮었던 다 쓰러져가는 단칸방의 아픔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수강생 80명의 어르신들이 아니었다면 여성센터와 소원면주민자치센터 등을 누비며 차밍댄스를 가르치고 있는 지금의 자신은 상상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어릴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렇고 예쁘고 귀여울 수 없다”며 남다른 어르신 사랑에 대한 소견을 내놓는다.

“길가에 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같아 마음이 쓰인다”는 그녀. 한 번은 폐지를 줍는 어르신을 보고 비아냥거렸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와 길거리에서 헤어진 사연도 들려줬다.

“어르신들한테 잘해서 제가 이렇게 복 받고 있나 봐요. 호호호”

늘 자신감에 차있는 그녀지만 올해 초에는 갑자기 들이닥친 슬픔에 목 놓아 울었던 기억도 털어놨다.

“제가 태안에 와서 어르신들을 가르친 게 8년 전인데, 이제는 그 어르신들이 하나, 둘 돌아가신다는 게 저에게는 참 고독한 슬픔이고, 아픔이에요.”

저녁 수업 중 듣게 된 노인복지센터 이른바 ‘낮술5인방’ 중 할아버지 한분이 심장마비로 돌연사 했다는 말에 김씨는 머리가 하얗게 된 채 이튿날 여성센터 수업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끙끙 앓아야만 했다.

“몇 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태안에서 춤추며 아무렇지도 않게 지냈는데 저를 귀여워해주시고 아껴주시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니까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나이 칠십이 돼서 저를 만난 분이 이제는 일흔여덟이시니까... 요즘 제 고민은 80명의 어르신들과 어떻게 작별해야 할까하는 하는 거예요.”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고 했던가. 지금 살고 있는 안락한 집과 어르신들의 사랑으로 태안에서 댄스 명강사로 거듭나고 있는 그녀.

요즘은 차밍댄스 제자이자 친언니같은 채명재(54)씨를 따라 태안읍동부여성방범대원으로도 활동하며 어느덧 익숙해진 태안에서의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결혼이요? 글쎄요. 아직은 젊고 행복하기 때문에 당장 결혼이 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노년엔 남자친구와 함께 강원도 화천에서 조용히 지내다 생을 정리하고 싶어요.”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요염하게 우리에게는 늘 힘찬 자신감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 그녀 김정숙씨. 정숙씨가 있어 태안군 어르신들과 여성들은 앞으로도 행복한 일상에서의 춤바람에 덩실거리지 않을까.

정숙씨의 삶과 그녀의 춤바람을 영원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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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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