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태 과장
서영태 과장
“의리, 그것을 버리자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원칙과 상식이 무시되는 선택의 기준으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버려야할 적폐 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버려야할 변질된 의리라고 본다.

2014 상반기 최고의 트렌드 키워드는 의리일 것이다. 의리열풍의 중심에는 검은 안경을 끼고 주먹 불끈 쥐며 의리를 외치는 원조 의리 남 탤런트 김보성이 있다.

그는 긴 무명시절을 보내면서도 그 만의 의리철학이 있었다고 한다. 1단계는 ‘친구와의 의리’,  2단계는 ‘공익과의 의리’, 3단계는 ‘나눔의 의리’라는 것이다. 우정도 중요하지만 ‘공익과 나눔’이 최고라고 강조한 것이다.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의리는 사전적 의미와는 동떨어진 또 다른 의미로 인식되고 사용된다. 기본적으로 의리는 ‘사적인 관계’ 안에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의리가 있지, 정말 안도와 줄 거야”, “우리 의리가 이것밖에 안 돼?” “의리 없는 놈” 등 학창시절 우리가 즐겨 말하던 의리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순수했던 10대의 의리는 낭만이 깃들어 있었다.  “우리 죽을 때까지 의리 변치말자”와 같은 낯 뜨거운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 우리들에 있어, 의리는 순수한 의리가 아닌 그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설득의 도구쯤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사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기능하는 의리는 사적인 영역에만 머물러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문제는 의리가 공공의 영역까지 진출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공의 영역도 결국 사적인 영역을 기반으로 형성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공의 영역인 정치권은 어떨까? 실제로 정치권은 그 동안 의리의 영역이었다고 할 정도로 ‘의리천국’이다. 과거 ‘의리의 화신’이라 불리는 정치인을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사치스럽다고 할 것이고, 지난 6월 4일 실시된 지방선거만 보더라도 첫 마디가 ○○당 의리, ??지역 의리, ●●학교 의리, 의리를 강조하는 말로 시작하였다. 후보자들이 그 의리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먹혀들어간다’는 것이다.

오는 7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이번선거는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가 직접 뽑은 정치인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이 무효 되거나, 각종 비리로 그 직을 잃게 되거나, 또는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의원직을 사퇴한 국회의원으로 인해 실시되는데 전국적으로 15개선거구 21개 구·시·군위원회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재·보궐선거는 선거관리에 따른 비용과 행정력의 낭비는 물론 국민이 선거에 시달려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치러진 각종 재·보궐선거 비용은 무려 1,408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이번에 실시되는 재·보궐선거 관리경비도 14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결국 정당의 이해관계와 출마자 본인의 정치적 욕구에 의해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필요한 선거로 인한 예산 낭비와 그 밖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을 통해 모두가 바라는 선거를 기대하였건만 그 바람은 요원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는 헌법 제1조 제2항의 정신에 따라 바로 국가의 주인인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집단을 강조하고, 구성원 간의 끈끈한 유대와 동질감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정치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메커니즘이 바로 ‘의리’다. 이 변질된 의미의 의리를 깨뜨리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인 것이다. 변질된 의리를 추방하기 위해서는 탤런트 김보성씨가 최고라고 강조한 공익과 나눔의 의리는 아니더라도 선거에서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의리가 이 땅에 뿌리내리도록 유권자가 나서는 일! 투표에 참여하는 일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의리인가!

이제 재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변질된 의리가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유권자는 선거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누가 진정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여 일 할 사람인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살아있는 계란이 변질된 의리로 뭉친 죽은 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이번 재선거에서 변질된 의리를 악용하는 후보자를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항상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처럼’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원칙과 상식이 존중되는 진실된 의리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세상의 변화를 꿈꾼다면 7월 30일 꼭 투표에 참여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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