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하(72ㆍ원북면 대기리) 태안군환경농연구ㆍ협의회 대표가 자신의 집 앞 마늘 밭에서 이제 막 땅에서 나온 육쪽마늘을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김낙하(72ㆍ원북면 대기리) 태안군환경농연구ㆍ협의회 대표가 자신의 집 앞 마늘 밭에서 이제 막 땅에서 나온 육쪽마늘을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농사가 천직인줄만 알고 산 농부.

어느덧 머리에는 하얀 서릿발이 내려앉고 농부의 주름진 얼굴에는 미쁘지만 그간 숨가쁘게 달려왔던 젊은 시절의 농부를 떠오르게한다.

칠십 평생을 농사로 일군 자신의 논에서 이제는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정직한 땀방울을 만들어내는 김낙하(72ㆍ원북면 대기리ㆍ사진) 태안군환경농연구ㆍ협의회 대표.

김씨의 농사인생이 이제와 새삼 조명받는 까닭은 그가 온전히 지키고자 노력했던 대자연 속 친환경농법과 후손들에게 물려줄 안전한 먹거리에 있다.

친환경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이것 저것 농사라면 안해본 것 없이 시도하고 도전했던 김씨가 자연환경 파괴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부터 다양한 친환경강좌를 통해 전국각지를 돌아다녔다는 김씨.

다행히 그런 김씨를 이해하고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 박한매(73)씨가 있어 그의 친환경농법은 15년전부터 태안땅에 터를 잡아나갔다.

“사실 훨씬 전부터 친환경 유기농법을 실천하고 싶었는데 슬하 4남매나되는 자식들을 키우다보니 그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유기농법이 좋은줄 알면서도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일상의 농사법에 익숙했던 상황과 환경은 김씨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다.

고향 집 터가 있는 대기1리에서 아내와 함께 축산, 사과ㆍ배과수원, 고추, 담배, 생강, 마늘 등 돈이 되는 농사라면 논이건 밭이건을 가리지 않고 일해왔다.

40여년 가까이를 그렇게 살다 30여년 전 대기2리에 터를 잡고 4년 전 지금 살고 있는 멋진 2층 집도 짓게 됐다.

사연이 기구하고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일으켜 세운 가업이기에 농사는 김씨 자신에게도 가장 큰 보람이자 업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친환경농법을 알게 되고 유기농을 지으며 살고 있는 노년은 그가 꿈꿔오던 ‘노년의 아름다운 풍작’과도 같았다.

그렇다면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유기농은 무엇일까.

김씨는 “환경과 건강을 보존하는 것은 사회적 요구”라는 말로 인터뷰 내내 친환경인증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소득을 생각하자면 친환경농법을 고수하는 일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처럼 어렵고 힘겨운 일이었다고도 고백했다. 해서 친환경을 하려고 인증을 받았던 사람들도 매년 하나, 둘 빠져나가 결국에는 일반농업으로 귀농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매년 새롭게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일이 친환경농업을 포기하는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가의 인증비와 안전시료검사비도 그렇고, 비싸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도 그랬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연훼손이 가져다주는 재앙에 비해 고품질 유기농 비료와 인건비를 맞바꿀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런 그의 작은노력은 얼마전부터 친환경급식과 맞닿으면서 현재에는 서울 동작구 5개 초등학교 급식재료로 쓰일만큼 빛을 발하고 있다.

강남초와 영화초, 신길초, 상도초, 흑석초가 가격경쟁력에는 다소 아쉽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택해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유기농에 대한 직접 체험 기회를 주기위해 좋은식품이 만들어지까지의 현장학습을 돕고 있다.

친환경농법을 아이들 스스로 체험하고 공감하며 학습해나가는 게 관건이다.

그런 그의 벼와 마늘, 생강, 콩, 고추는 전국의 친환경생협과 초록마을을 통해 납품되고 있다.

환경이 변하고 세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가치는 제초제로 뿌옇게 변한 논과 밭이 아닌 수질과 환경을 먼저 생각한 유기농이란 해답이 그가 추구하는 농사수첩에는 빼곡이 수놓아져있다.

“이제는 죽을때까지 한길만 가렵니다.”

집 앞 여러채의 하우스 안에는 그가 키운 유기농 채소가 소담히 여름의 온도를 이겨내고 있었다.

태양이 만들어다 준 태양열ㆍ광 전기집 앞 육쪽마늘 밭은 그의 땀과 열정을 딛고 굵고 튼실한 씨알도 만들어냈다.

“유기농 고집, 이제는 모든 농부들이 지켜야할 숙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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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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