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각(54ㆍ원북면 반계리ㆍ원북회센터ㆍ사진) 원북면전담의용소방대장
송영각(54ㆍ원북면 반계리ㆍ원북회센터ㆍ사진) 원북면전담의용소방대장

한 개의 촛불로서 많은 촛불에 불을 붙여도 처음의 촛불의 빛은 약해지지 않는다. -탈무드

봉사는 그런 것이다. 처음 내가 밝혔던 촛불의 빛이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송영각(54ㆍ원북면 반계리ㆍ원북회센터ㆍ사진) 원북면전담의용소방대장의 봉사 신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눔’이다.

나눔의 근원과 미덕을 먼저 생각하기 전에 속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나약하지 않은 봉사가 그의 생활습관이다.

올해로 18년째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는 송 대장은 술을 좋아해 밤에는 아내 이정남(51)씨가 깨워줘야 할 만큼 일어나는 게 힘들지라도 화마에 둘러싸여 사경을 헤맬 주민들 생각에 밤낮 없는 봉사가 보람된다고 말한다.

지난해는 원북에서 화재로 어르신 한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돼 가뜩이나 어수선한 동네분위기가 침울해지기까지 했다고.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농어촌주택 대부분이 옛 흙집을 개량해 집을 고치다보니 안에는 불길에 취약한 짚이 대부분이란다. 때문에 10분만 지나도 집이 전소되는 건 시간문제.

더욱이 어르신들은 아궁이를 이용하거나 쓰레기소각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부주의에 의한 안타까운 사고가 많다.

지난해 화재로 운명을 달리한 어르신은 외딴곳에 홀로 살던 터라 화재신고에서 출동까지의 시간이 대체로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화재예방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송 대장이 의소대와 연을 맺게 된 건 고향 원북을 떠나 서울생활을 하고 내려온 이후부터다.

사업에 실패하고 첫째인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처음 태안에 내려왔을 땐 고향이 공주인 아내와 함께 태안읍내서 조그만 세차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그래도는 고향에서의 안면장사가 더 낫겠다싶어 16년 전 이곳 원북에 회센터를 냈다.

면소재지 내 횟집이다 보니 관광객보다는 이웃주민들에게 더 익숙하고 반가운 곳이라 사람좋아 하고 얘기하길 좋아하는 송 대장에게 이곳은 더없이 포근한 엄마품과 같은 곳이다.

해서 동네 선배들의 제안에 의소대복까지 입게 된 송 대장은 평생을 이곳에 살다시피 했어도 안 가본 곳이 이렇게나 많은 줄은 몰랐다며 원북면내 24개에 달하는 마을에 대한 화두로 출동 당시의 실상황을 중계했다.

“24개리를 마을이름만으로 찾아가긴 어려워요. 인근의 건물이라든지, 특징 등을 설명해야 더 빠른 지름길로 시간을 단축해 출동할 수 있죠. 더욱이 올부터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주소는 아직 대원 모두가 익숙하지 않아 정확한 번지로 신고해야지 더 빨리 이해가 되요. 전부터 해온 생각인데 화재에 관련해 번지수와 마을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큰 지도가 필요하단 생각입니다.”

올 봄 산불예방캠페인을 한차례 마치고 여름철 신두리해수욕장 바닷가정화활동을 계획 중인 송 대장은 선배들이 지켜온 봉사역사를 후배들도 고향 원북에서 새롭고 과감히 펼쳐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가 대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4명의 부장님들이 후배들을 위해 명예로운 퇴직을 하셨기 때문이죠. 젊고 건강한 방범대가 주민들의 생명과도 직결된다는 철칙과도 맞닿았고요.”

지난해 태안군의용소방대(연합대장 이재정)가 서천군 춘장대해수욕장에서 열린 충남의용소방대 혁신전진대회에서 역대 최초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도내 15개 시ㆍ군 의소대원 3000여명이 참여한 기술경연대회였는데 태안군은 군내 12개대에서 100여명의 의소대원이 참석해 단체줄넘기 2위(태안읍남여의소대원 12명), 개인장비착용하고 릴레이 2위(원북면대원 4명), 수관연장하고 방수자세 4위(원북면대원 5명)에 빛나는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그 공은 원북전담대의 공이 크다. 개인장비착용하고 릴레이 2위와 수관연장하고 방수자세 4위의 입상실적이 아니었다면 종합 2위 쾌거는 어려웠다는 말씀.

원북축구회운영회장과 반계1리청년회장을 역임한 실력으로 송 대장은 젊음과 패기, 그리고 열정으로 지난해 의소대원들의 사기진작 높이기에 열중했다.

“올해는 꼭 1등 해야죠. 하하하.”

호탕한 웃음 뒤로 날렵한 눈매가 들어온다.

“봉사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우리 태안군 하고도 원북면전담의용소방대가 날로 달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민들에게도 또 태안군민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11~12월, 2~5월 산불방지기간 예방활동에 주력해 우리 지역 산과 나무의 푸르름과 소화기 사용법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통해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원북면전담의용소방대.

봉사의 자부심은 곧 작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일념으로 오늘밤도 저녁예약 손님을 뒤로하고 화재현장에 도착해 있을 송 대장을 생각하니 1년 남은 대장 임기도 멋지게 마무리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원북은 아직 여성소방대가 없어 그게 좀 아쉽습니다. 조만간 이원면과 고남면, 소원면이 인가가 날 예정인데 내년쯤엔 우리 원북도 여성대 창립이 현실화됐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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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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