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자살을 소재로 하는 연극 한편 본 후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남ㆍ여와 자살선생을 자처하는 노숙인이 펼쳐가는 우리사회 자화상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답답했다.

살기가 힘든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린 학생부터 한참 활동기의 젊은 노동자와 노인에 이르기 까지 무슨 경쟁이나 하듯 자살률이 올라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국민의 한사람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자살의 원인도 변화하고 있는데 통계자료에 의하면 청소년자살 원인은 성적 및 진학이(56.1%) 가장 높고, 가정불화(15.5%), 집단 따돌림(6.0%) 순이었으며, 성인의 경우 고용불안, 불확실한 노후, 의사소통 부재 등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또한 노인자살의 경우 핵가족화에 따른 외로움과 소외감이 있으며, 특히 각종 질병과 의료비 부담은 노인들을 자살로 내모는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자살이 그 사회의 건강성을 반영하는 평가 지표로 볼 수 있다면 우리사회는 상당히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터넷에서 동반자살자를 모집하거나 자살을 미화하는 글들이 난무하고, '베르테르 현상'으로 불리는 연예인의 자살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큰 파장을 주고 있다.

자살은 한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떠안고 가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다. 자살을 우울증과 같은 하나의 병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사회적 책임을 지기 싫어서 마치 핑계를 대는 모습과 같다. 그래서 자살은 다른 말로 사회적 타살이라고도 부른다.

이제라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씻고 건강한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라 소중한 생명을 예방ㆍ보호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어려서부터 생명의 존귀함을 가르침으로써 자기 인생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하여야 한다.

아울러, 생활주변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작은 관심을 가지고 이웃을 바라본다면 추운겨울을 뒤로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하면서 극단적 출구전략으로 자살을 선택하기 보다는 삶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살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맥주 거품처럼 사라져버린 꿈. 그 꿈이 다시 희망의 노래로 다가올 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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