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환 태안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이주환 태안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국가정보원 소속 공무원에 의한 지난 대통령선거에서의 인터넷 댓글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 일이 어떻게 결론지어질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서 현재의 상황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우리나라 선거의 문제점, 후진성을 얘기할 때에는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로 일컬어지는 금권선거와, 3ㆍ15부정선거와 같은 관권선거를 꼽는다.

현재 공직선거법에 많이도 열거되어 있는 각종 제한ㆍ금지 조항들은 바로 그러한 금권선거, 관권선거에 대한 반성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관권선거가 크게 줄고 있다는 각계의 평가가 이어져 온 데에는 공직선거법의 각종 제한·금지 규정들도 한 몫을 해왔다고 생각된다.

관권선거란 관 즉, 정부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집권세력에 유리하도록 선거에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물적 자원에 팔다리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선거에 동원하는 경우 정부의 인적자원인 공무원의 동원을 수반하는 것은 필연이다. 이렇게 인적 자원의 동원과 물적 자원의 동원은 밀접한 관계에 있기도 하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이 선거에 관여하는 경우 선거결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불문하고 그 폐해는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결과의 왜곡은 실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될 터이고, 선거결과에 영향이 없었다 할지라도 정부가 선거에 관여하였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켜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공무원이 직무와 무관하게 사적으로 선거에 관여하였다 한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공무원의 선거관여 행위의 더욱 심각한 폐해는 관권선거 시비로 선거가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되어 국민들이 선거의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결국 정치와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데에 있다. 

이는 불법적으로 선거에 관여한 해당 공무원들 몇 몇이 책임질 수 있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공무원 몇 명을 선거법위반으로 처벌한다고 해도 치유될 것은 하나도 없는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공무원들은 이점을 정말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관권선거는 국가선거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며 지방선거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실제 몇 년 전 A시의 시장선거에서 공무원을 선거에 동원하였다가 당선되고서도 선거법 위반으로 그 직을 잃은 시장도 있었다.

다행히 태안에서는 아직까지 공무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일도, 공무원의 선거관여로 인한 재선거도 실시된 바 없다.

그러나 현직 군수가 연임제한으로 인하여 입후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내년 군수선거는 다른 때보다 훨씬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보자들이 공무원들을 줄 세우거나 공무원 스스로 유력한 후보자에게 줄을 서는 일이 혹시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군민들이 간혹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태안의 전통으로 봐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군민의 말처럼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후보자가 공무원을 줄 세울 수 있는 힘과 공무원이 유력 후보자에게 줄을 서는 이유는 아마도 단체장이 가지는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때물일 것이다.

후보자가 공무원에게 승진이나 좋은 보직을 약속하고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다면 이러한 행위는 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서 후보자는 기부행위를 함과 동시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선거운동을 하게 한 것이며, 줄을 선 공무원은 후보자로부터 기부를 받은 것일 뿐만 아니라 공무원에 대하여 선거운동과 선거관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을 지키지 아니한 것이다.

몇 년 전 A시에서 그랬듯이 승진이나 좋은 보직을 미끼로 공무원을 줄 세우는 일은 당선되든 낙선되든 이미 기부행위를 한 것이 되고, 그 결과 당선이 되어도 당선무효로 이어져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적어도 태안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군수선거에 입후보할 뜻을 가진 분이라면 그런 위험을 무릅써가며 공무원을 선거에 동원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공무원들이 정치적 영역에 미혹되어 본분을 잊고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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