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웃음꽃이 자자들 줄을 모른다. 일찌감치 점심식사를 마친 태안상설시장(상인회장 문기석) 상인 80여명이 주황색 단체복을 맞춰 입고 찾아 간 곳은 다름 아닌 상인회 사무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상인대학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라는데, 식후 졸음이 몰려오는 시간인 오후 2시.

빽빽이 모여 앉은 상인들, 강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랴 책 한쪽에 유용한 정보 받아 적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11일에는 최동규 교수의 마케팅기초에 대한 수업이 한창이었다.

상인들은 각각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점포들의 특성에 맞는 인테리어나 소품배치, 소비자들을 위한 상권형성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수업을 받았다.

현재 본인 점포의 경영방침과 대조해 시장 활성화 방안을 찾는데도 혈안을 보였다.
그간 알면서도 모른 척 지나쳤던 소비자들에 대한 의식변화와 더불어 ‘내’ 점포보다는 ‘우리’ 점포가 더 중요함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시장 공동체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중 가장 기본이 되는 친절함과 서비스정신은 당연히 가져야할 상인의 마음가짐이지만 어디 사람 일이 만날 웃는 일 뿐일까. 먹구름 끼고 기분 나쁜 날이 있으면 화창하고 개인날도 있기 마련. 상인들 웃고 떠들며 즐겁게 수업을 듣다 보니 마음에 쌓인 근심걱정, 피로가 눈 녹듯 녹는다.

이번 상인대회 표어는 ‘말은 공손하게, 표정은 밝게, 행동은 친절하게’다. 이에 걸 맞는 행동강령을 나름대로 정해놓고 실천하려고 해도 씨~익 웃는 표정하나가 서툴고 어렵기만 하다.

“옆 사람 손을 맞잡고 보며 웃어보세요” 강사의 요청에 상인들은 쑥스러운 얼굴로 강의를 풀어나간다. 서로 믿고 사려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도 상인들의 몫.

과거 오일장이 최고였던 시절에야 사람 넘치고 정이 넘치니 팍팍 퍼주는 서비스정신도 흔했던 일. 요즘은 쌀쌀해진 날씨만큼 한쪽 응어리진 차디찬 경기에 돈쓰는 사람들도 줄었고 전통시장을 찾는 젊은 층의 발걸음도 희미해졌다. 실제 노령화된 상인들은 신세대의 언어나 생활방식을 맞추지 못하다보니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마케팅이나 서비스에도 뒤처지기 마련이다.

지난 11일 태안상설시장 상인회 사무실에 모인 상인 80여명이 최동규 교수의 마케팅 수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태안상설시장 상인회 사무실에 모인 상인 80여명이 최동규 교수의 마케팅 수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이 인사를 안 하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강사의 다소 엉뚱한 질문에 상인은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상허지~호호호” 이렇게 말한다.

정답은 “안 이상하다”이다. 강사의 이유인즉슨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마트 등에 가면 소비자들은 대접받고 싶어 하고 인사를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으레 인사를 주고받지 않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 이에 소비자들은 잠재의식 속에서도 전통시장의 비친절함을 몸소 익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강사의 해답에 모두들 “아~”하는 탄성을 여기저기서 내뱉는다. 그만큼 전통시장이 인사에 인색했다는 증거다. 또 우리 가게 손님이 아니면 무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웃고 반기면 사지 않으려던 물건도 산다는 말과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고의 시장은 최고의 상인으로부터 나온다. 또 최고의 상인은 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와 맞먹는다.

문기석(50ㆍ태안읍 동문리 제일쌀상회) 상인회장은 “친절을 바탕으로 음식현대화와 시장다양화에 젊은 층의 대거 유입을 꿈꾸고 있다”며 “담당공무원과의 업무협조를 통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한계점과 대안마련에 대해서도 유기적 공조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남영숙(62ㆍ태안읍 동문리 준재회수산) 상인대학 회장도 “누가 찾아와도 친절한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상인들과 공조해 노력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설시장 상인대학은 점포경영과 예금보호제도, 유통환경변화의 이해, 문화관광형시장 방안, 시장 점포 경영자의 성공전략, 광고ㆍ홍보 마케팅 전략, 포장 및 진열, 상품개발 및 관리 등의 목차로 이달 31일까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개강한다.

태안상설시장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과 과감한 정책이 결실로 다가오는 날을 고대하며 태안상설시장 사람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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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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