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바다를 외면하고 떠나던 순간에도 소년은 바다가 좋았다.
코끝 찌릿하게 닿는 비린 냄새도, 바람과 함께 얼굴을 휘감는 느낌도.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바다 일을 돕던 소년은 바다 일을 하겠다는 자신과의 다짐을 지키기라도 한 듯 바다와 한 몸이 돼 일하길 어느덧 30년째다.
이젠 바다가 지겨울 법 하건만 아직도 추억 속 소년은 바다의 물결을 헤아리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월중(54ㆍ근흥면 도황리ㆍ사진) 근흥면선주연합회장은 바다가 좋아 자연히 바다 일을 하게 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첫 딸아이가 이제 서른을 넘보는 나이가 되니 자신의 바다사랑도 어느덧 성년의 해를 넘는다는 게 실감난다.
(사)태안군선주연합회(회장 정온영) 근흥면회장과 (사)태안군수산발전협의회(회장 김필문) 감사를 병행하며 바다 일이라면 준전문가의 반열에 오른 지 회장은 지금 살고 있는 도황리가 고향이다.
안흥초와 태안중ㆍ고를 거쳐 결혼과 동시 아내 김종령(51ㆍ태안읍 평천리 출신) 여사 사이 3녀를 뒀다.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2척이던 배를 지난 유류오염사고 이후 1척으로 감척하고 아내와 두 명의 직원들과 함께 바다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싫어도 미워도 생계는 어쩔 수 없는지라 한탄하며 굴곡진 거친 바다삶을 어떤 날엔 미워도 했으리라. 하지만 이왕 하는 일이고 바다가 전부며 본업인 그에게 바다는 좌절보단 희망과 즐거움을 더 많이 안겨줬단다.
태생이 바다고 인생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익숙한 바다. 언젠가는 파도로 인해 공포와 두려움을 안기기도 하고 해질녘 선창 뱃머리에서 선원들과 마시는 쓴 소주한잔은 달콤한 일탈을 가져오게도 한다.
지 회장은 2남 3녀 중 장남이다. 15년 전 아버님이 먼저 세상을 등진 것을 빼면 딸의 집 인근 서산에 건강히 생활하시는 어머님, 동생들과 다복한 가정을 이끌고 있다.
청년시절 그의 첫 바다사업은 김 건조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10년 정도 하다 보니 김사업보다는 배사업이 더 희망적일 것 같아 방향을 틀었단다. 매사 긍정적이고 솔직한 지 회장은 인생 오십줄에 돌아본 세월이 ‘고향’과 ‘바다’여서 좋다고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연합회 활성화와 풍어. 다행히 지난달 금어기가 풀려 꽃게가 많이 잡히고는 있지만 가격이 폭락해 어민들이 울상이라고 알려왔다.
지 회장이 거주하는 근흥면에는 채석포와 연포, 신진도, 모항에 각각 위판장이 있는데 요즘 매일같이 이곳에서 꽃게가 살이 꽉 찬 싱싱함으로 어민들에게 웃음을 안기고 있다.
배를 타고 고기는 잡아도 낚시에는 영 취미가 없다는 그의 웃음이 그가 떠난 자리에도 여전히 머물러 있다. 올 가을 부디 지 회장과 선주연합회, 수산발전협의회 전 회원들의 풍어와 안녕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