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예방을 위해 도입한 전자발찌 착용제도(성범죄자위치추적법)가 관리 허술로 아무 쓸모가 없는, 그냥 멋으로 차는 발찌나 무엇이 다르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처음으로 특정 성범죄자에 대해 전자발찌 착용을 강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3년뒤인 2008년 9월 본격적으로 이 제도가 시행됐다. 성범죄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자발찌는 부착장치와 재택감독장치, 그리고 GPS가 내장된 위치추적장치로 구성돼 있다.

전자발찌는 주로 범죄자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거나 우범자 동태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쓰인다. 이런 용도로 전자발찌를 도입한 대표적인 국가는 한국과 미국, 영국, 브라질 등이다. 하지만 전자발찌의 도입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전자발찌가 범죄예방에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제도가 도입된지 5년이 됐지만 과연 '이 제도가 성범죄 예방에 기여했을까'라는 질문에 몇명이나 '그렇다'라고 긍정적인 답을 했을지 의문이다. 이에 반해 전자발찌는 단지 심리적으로 압박해 재범의지를 감소시키는 간접효과는 있겠지만 정작 성범죄 재발방지에 실효가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견해다.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행동반경 안에서의 재범은 알 길이 없으며, 위치추적장치 등을 훼손해도 처벌이 미약하고, 착용자는 급증하는데 반해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처음에는 성범죄자에게만 적용됐지만 이후 살인범, 미성년자 유괴범에게까지 착용대상이 확대됐다. 법원은 부착명령 선고 시 야간 외출 제한이나 이동 관련 시설 출입금지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범죄자가 이를 어기면 알람이 울려 즉각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으로 봐서 보호관찰관과 전자발찌 시스템에 의존하는 보호관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해 주거 제한 등의 명령이 없어 성폭력범죄자들이 마구 돌아다니는 등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재범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 17일 전자발찌를 부착한 40대 남성이 태안 근흥면 신진도리 한 다세대주택 1층에서 잠자던 50대 여자를 흉기로 위협, 폭행하고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달아났다 1시간 뒤에는 인근 가정집에 들어가 60대 여자를 성폭행하려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이웃주민에게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들에 의해 붙잡힌 이 남성은 성폭행 혐의로 7년간 복역하다 지난 3월 출소한 보호관찰대상자로 그동안 창원 보호관찰소의 관리를 받아오다 범행 사흘 전 태안으로 넘어왔지만, 주소 이전이 아니라는 이유로 충남의 보호관찰소에는 통보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불안한 주민들은 "전자발찌를 차고 다니며 버젓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말로만 전자발찌지 있으나 마나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날 충남 아산에서도 전자발찌를 착용한 권모씨가 젊은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권씨는 성폭력 혐의로 6년간 복역하다 지난 3월 전자발찌를 차고 출소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도 경북 영주에서 전자발찌 부착자 50대 남성이 동거녀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초기 경찰과 법무부 간의 공조가 원활하지 못해 초기 검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전자발찌 무용론이 제기됐다.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일련의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청은 부랴부랴 전자발찌 부착자 전원에 대해 일제점검을 실시에 들어갔다. 법무부와 경찰은 지난7월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신상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 전자발찌 착용자의 성명과 주소, 실거주지 등 9가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 전자발찌 부착자 1100여명과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7000여명의 거주지와 신상정보가 경찰의 ‘112 지도’에 표시되는 등 시스템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개선책 마련은 당연하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 건수는 지난 2008년 한 건에서 3년 만인 2011년엔 20건으로 크게 늘고 있어 사회 연대 등지에서는 전자발찌에 대한 제도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학적 거세의 확대나 성범죄자 생활 전반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를 갖추는 등 제도의 보완이 시급히 이뤄져 국민의 불안을 덜어줘야 하겠다.

SNS 기사보내기
태안미래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