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태안읍내에 천연허브제품 판매장을 준비 중인 장명순(39)씨.
내달 태안읍내에 천연허브제품 판매장을 준비 중인 장명순(39)씨.
여름 뜨거운 햇볕아래 보고만 있어도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청량제 같은 그녀를 지난 5일 본지 사무실에서 만났다.

젊은 나이에 비해 굴곡 많은 인생이었고, 그만큼 설움도 많았을 터였다.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지만 혼자 힘으로 딸 셋을 키우는 데엔 남모를 눈물도 많이 흘렸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화장기 없는 순수의 얼굴로 야무진 입을 열었다.

장명순(39ㆍ태안읍 평천리ㆍ사진)씨는 가을빛을 가장 먼저 맛보는 9월 태안읍내 작은 공간에 천연허브제품 판매장을 준비 중이다.

고향 인천에서 나고 자라 결혼까지. 평생을 할 것 같았던 남편과의 꿈같은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암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이 남편을 엄습했고 혼자 남은 그녀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야했다. 아니 살아내야만 했다. 세 딸의 엄마이자 딸의 행복을 제일로 생각하는 친정엄마의 소원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래서 친정엄마가 머물고 있는 태안에 무작정 내려온 게 2007년 6월이다.  못내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 명순씨는 담담하고 솔직하게 말을 잇는다.

신앙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더 어려웠을 거라고 말하는 그녀의 두 눈은 참 맑아 보였다.

“결혼 이후까지도 잘 모르고 살았는데 (태안)내려와서 식당일을 하다보니까 ‘아, 이게 사회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지금은 그저 한낱 웃음 속에 비춰질 몇 년이 그녀에겐 고된 몇 년의 세월이었으리라.

학력에, 경력에 그녀에게 제한된 보이지 않는 금지선은 무엇보다 굵고 선명했으며 또렷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다시 인천에 올라가 자격증을 따려고도 했었다. 남편 암 투병으로 인한 오랜 병원생활로 찌든 몸과 마음은 이후에도 곧잘 풀리지 않아 그녈 힘들게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2008년 5월 명화수산 최명화(57) 대표를 만나게 된다. 동병상련이었을까. 2007년 유류오염사고로 인해 남편을 허망하게 잃은 최 대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렸던 명순씨는 그 집에서 몇 년을 가족처럼 지내며 일했다.

건강이 여의치 않으면 번 돈을 다시 병원 치료비로 충당할지언정 한번 맺은 인연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는 실낱같은 희망도 생겼다. 하지만 척추 2개가 내려앉으면서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식당일도 더 이상 도울 수 없게 됐다.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마음처럼 누군가를 돕고 의지할 수도 없던 그때 최 대표의 제안으로 교회에 나가게 됐고, 2년 전 발족한 태안군해당화(여성)로타리클럽(회장 최명화)에 가입해 남을 위한 봉사도 시작하게 됐다.

“태안에 내려와 도움주신 분들이 참 많은데요. 그중 가장 고마운 분을 꼽으라면 최명화 대표가 아닐까 해요. 그만큼 저에겐 가족같고 이모같은 분이시죠.”

식당일을 그만둔 뒤 그녀가 새롭게 접한 일이 바로 허브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팜카밀레허브농원(대표 박정철ㆍ남면 몽산리)은 그녀 인생의 새 페이지를 장식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국내에 허브를 가장 먼저 선보였다는 점에서 박정철 대표님을 많이 존경해요.”

그녀에게 허브는 생명력이다. 정신과 마음, 육체 모두를 고루 건강하게 지켜준다는 사실 외에도 멈췄던 그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던 원동력이자 그녀가 낯선 땅에서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내놓는 순간을 함께한 뜨거운 심장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한다.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또 즐겁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여기며 딸들과 함께 사는 현재가 가장 축복이라고 말이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대고도 말했다.

모진 한파가 다녀간 자리에서는 언제나 새싹이 돋고, 꽃이 핀다고, 또 정직하게 살기란 어렵지만 그 정직을 지켜낸 뒤 진실 앞에 놓인 자신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그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유난스럽지 않게 살면서 심심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것들이 그녀 주위에는 너무 많았음을 깨닫는다.

그녀, 이제 세상과의 소통에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빛의 아름다움에 천연 허브의 짙은 초록이 빚어낸 경이로움을 태안 주민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심에 감히 용기백배를 더해 응원해주고 싶다.

“허브를 접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게 있고 또 그걸 배우는 기쁨을 알게 됐어요. 딸들에게 입버릇처럼 ‘베푸는 삶’을 강조하곤 했는데 이젠 제가 그 고마움을 베풀 차례가 아닌 가해요.”

고1, 초6, 초4년에 재학 중인 세 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명순씨는 초록 허브향을 가득 담은 싱그런 땀방울을 메마른 대지에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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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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