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희(63)씨가 만든 꽃약밥.
신정희(63)씨가 만든 꽃약밥.
신정희(63) 화가 겸 아동요리지도자
신정희(63) 화가 겸 아동요리지도자

햇빛 좋고, 바람 상쾌한 날이면 우리 집에 놀러와. 반듯하진 않지만 찰진 태양색 뽐내는 화분들 사이 자양분 같은 그녀가 서있다.

행복스케치(태안읍 반곡리 1114-6번지) 신정희(63ㆍ사진)씨. 그녀 앞에 붙는 수식어는 많다.

화가, 향토음식전문가, 아동요리지도자. 지금은 아동요리치료사 자격증도 준비하는 중이란다.

그저 그림 그리고 꽃 가꾸고, 맛있는 음식 나누며 살던 그녀의 삶이 이제는 취미를 넘어 약간의 수익원이 됐다.

서산이 고향인 그녀가 젊은 시절을 함께한 서울을 떠나 태안에 귀촌한 건 지난 2005년. 풍족한 산이 좋았고, 언제든 반겨주는 바다가 좋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의 낯선 땅 고향 후배들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이 그녀 노후의 시작을 기분 좋게 알리고 있다.

타지에서의 귀촌, 그리고 남편 없는 시골생활. 처음에는 누구라도 말렸을 그녀의 태안생활이었다.

그녀 자신도 그랬고 그녀의 딸과 아들도 그랬다.

초록의 잔디와 작고 앙증맞은 화분들이 먼저 반기는 그녀의 집을 그녀는 행복스케치라고 부른다.

그래서 명패도 행복스케치.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단어며, 행복의 끝자락에 선 그녀의 웃음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픈 마음이 큰 이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이 그녀가 내려오기 전 펜션이었고 이곳 이름이 행복스케치였다는 건 자명한 사실.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더라고요. 딱히 생각나는 이름도 없고요. 무엇보다 제가 이 행복스케치란 이름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은 행복스케치다. 인근 농업기술센터 향토음식 강의로, 지인들에게는 게스트하우스로, 아이들에게는 허브를 심고 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떡을 만들어 가지고 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 마음처럼 행복스케치의 정원은 넓고 평온하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달 24일도 그랬다. 한주 전인 17일 그녀를 처음 본 순간처럼 말이다.

처음 그녀를 접했을 때 그녀는 곱게 빚은 꽃약밥을 건넸었다. 그러면서 집에서 시간 날 때면 약밥케이크를 만든다고만 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행복스케치 안에는 그녀 안에 내재된 그 무엇이 카메라에 잡혔다.

세밀하지만 놀라운, 아니 강렬하지만 은은한. 이것은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태안 안에 또 다른 태안에 서있는 기분이 오묘하기까지 했다.

얼음 속에 보랏빛이 도는 꽃을 함께 얼려 내온 매실차. 마시는 이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한다.

“젊은 시절에는 뭘 하셨나요?”

“그냥 집에서 그림만 그렸어요.”

“향토음식은 언제부터 배우신 거예요?”

“태안에 내려와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죠. 이게 배우면 배울수록 맛과 모양이 다양해지니까 사람을 단박에 매료시키더라고요.”

이후 그녀는 차츰차츰 사람들을 알아가게 됐다.

인터넷 블로그 ‘노을과 행복스케치(http://blog.daum.net/shinsun314/)’ 지기를 맡아 꾸준한 활동을 기록하는 일도 그녀의 잔일 중 하나. 그녀가 누구보다 젊게 사는 공간의 기록물들이다.

일주일에 한번은 같이 모여 이곳에서 그림을 그린단다. 수채화모임인데, 이곳에 오면 그녀의 그림 실력도 엿볼 수 있다.

1층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허락하는 곳으로 넓고 큰 보폭의 액자와 아담한 피아노가 놓여져 있고 그 앞에는 당장이라도 따듯한 몸을 데워줄 것만 같은 벽난로가 자리했다.

그녀의 방은 2층. 대부분의 생활은 2층에서만 한단다.

정원에는 동네 강아지도, 우리 지역 어린학생들도 방문하는데. 전통 떡과 카드그리기, 부채에 그림그리기 등을 통해 아이들의 ‘외갓집’ 노릇도 하고 있다.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잡초를 뽑고 하루 일과를 그리는 그녀.

요즘은 정숙희 태안군생활개선회장과 홍상금 원북면생활개선회장 등과 함께 아동요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들이 직접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정돈되고 정서적으로도 큰 위안을 얻게 되죠. 요즘 시대의 화두가 힐링이잖아요? 그 힐링을 아이들이 요리로부터 얻는다는 거예요.”

벌써 대도시 어린이들에게는 요리치료가 대중화된 지 오래. 하지만 태안은 그녀가 1호 아동요리전문가다. 향토음식도 그렇다.

농업기술센터 내 우리음식연구회(회장 신정희) 40명의 회원과 같이 만들어 가는 까닭에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는 꽃약밥의 환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녀 이제 태안군 아이들의 힐링전도사로 나설 채비에 한창이다.

환한 빛이 비춘다.

어디선가 코끝을 살짝 건드리고 가는 이름 모를 꽃향내에 인사한다.

“안녕 나의 아름다운 인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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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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