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일 근흥면자율방범대장(좌) 과 진인자 근흥면여성자율방범대장(우)
박대일 근흥면자율방범대장(좌) 과 진인자 근흥면여성자율방범대장(우)

부산여자, 태안남자를 만나다.  꽃다운 나이 시름도 젊음도 다 불태울 만큼 행복했던 시절 없던 사람 어디 있으랴.  벌써 27년 전 일이 됐다. 남편 최신진(59) 씨의 손을 잡고 생소한 근흥면 정죽1리에 터를 잡은 지가 말이다.

왜소한 체구에 어디 물일을 하랴 싶지만 머리에는 수건으로 둘러쓴 모자를 칭칭 싸매고 곱디곱던 손과 발은 장갑과 장화가 이젠 더 편해졌다.

큰 딸아이는 어느새 스물여덟이라는 성년의 나이가 돼 자기 앞가림을 할 만큼 컸고, 아들 녀석도 든든한 남자가 됐다.

고향은 아니지만 이제는 고향이 돼버린 근흥을 위해 여자로서 할 일은 마땅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묵묵히 자신의 편이 돼준 마을 어르신들과 친지들을 위해 자율방범대에 가입한 그녀. 이제는 대장이라는 단어도 꽤나 익숙하게 됐다.

근흥중학교 아이들의 하교길 도보순찰과 매일은 아니지만 19명 대원들과 얼굴을 대면하는 일은 이제 그녀의 일상이다.

그래서 이제는 아무리 바다 일에 바빠도 자율방범대 일이라면 두 손 차치하고라도 찾는다는 그녀. 쑥스러운 듯 사무실서 만난 그녀는 일상에 찌들었지만 결코 어둡지 않은 얼굴로 취재진을 바라봤다.

대원 대다수가 50~60대인데다 가정주부들로 시간을 쪼개기 어려워 봉사활동도 타 방범대와는 달리 고정적이지 않다는 말로 진중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매달 총회 때는 사무실이 없어 한적한 회관이나 음식점에서 하는 것이 전부지만, 주민들을 위한 마음만큼은 결코 타 지대에 지지 않을 만큼의 남다른 자부심도 선보였다.

얼마 전 남편의 십자인대 파열로 곧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한다며 자신이 하고 있는 어업활동과 마을일을 약간 설명한 진 대장은 자신의 인생이 자연스럽듯 방범대 일도 이젠 익숙하다못해 자신의 한 일상이 됐다고도 했다.

해수욕장철이면 들로 산으로 바다로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근무를 선다는 용감한 여성대원들의 얘기도 살짝 공개했다.

“나이가 많아 할머니인 대원들이 많아요. 우리 근흥여성대는 할머니, 어머니의 마음으로 주민들의 안녕과 마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자신의 일에 힘들지만 서로간 우애로 마음을 나눈 대원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합니다. 근흥면 여성대 파이팅~”

생존권 투쟁을 위한 마을 어촌계 일로, 남편 병수발로, 방범활동 및 자원봉사 활동으로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다는 진 대장의 현재에 박수를 보낸다.

여기 근흥면 용신리가 고향인 군청 공무원 박대일(37) 자율방범대장도 있다. 2005년부터 고향에서 자율방범대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이제 갓 18개월 된 아이의 아빠이자 부인 이지현(33) 씨의 든든한 남편이다.

이제는 고향 주민들의 울타리로 그 사명을 다하고 싶다는 박 대장은 그의 젊음만큼이나 신선하고 풋풋한 하늘거림으로 22명의 대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대원 절반이상이 읍내에 거주하고 있지만 밤이면 근흥면에 들어와서 야간순찰과 근흥중 학생들의 귀가를 돕는다.

“고향사랑이 뭐 별건가요? 저도 그렇지만 대원들 모두가 조금의 번거로움과 희생으로 값진 고향사랑을 베풀고 있습니다” 공무원다운 차분한 말투로 말을 마친 그는 근흥의 젊은이들이 근흥면의 자존심을 살리고 주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신념으로 조금 더 고향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도 당부했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유명무실할 뻔한 지대를 다시금 일으켜 세운 전전 대장 및 임원진들의 노고와 앞으로 힘찬 발걸음을 옮길 미래 예비 대원들에게 고마움과 지대의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면으로나마 약속했다.

“내조의 근흥, 우리 방범대와 여성지대, 근흥서부(안흥ㆍ신진도)방범대가 행복한 근흥면을 꼭 가꿔 나가겠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이미선 기자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