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기자
이미선 기자
‘위에선 조지고, 밑에선 까이고 어디 하소연 할 곳 없는 공무원’이라지만 이건 오만방자의 극치다.

태안군 평생교육과 평생교육계 최모 담당자를 두고 한 말이다.

눈보라를 헤치고 찾아간 곳은 태안군청 3층에 위치한 평생교육과.
취재 당일엔 간단하게 자료요청만 하고 나왔는데, 문제는 그 이후다.

담당공무원의 안일한 행정처리 능력에 기가차서 이메일을 확인하는 내내 불쾌한 기운이 몸 안에 감돌았다.
독자들의 알권리충족을 위해 제보자를 위해, 아니 적어도 기자가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사업 끝나고 나오는 보도자료나 기다려 쓰지 뭔 자료요청이냐’는 다소 어이없는 시추에이션이다.

담당자가 보낸 이메일의 첨부파일을 열자 ‘해당사업을 개강하니 참여하라’는 보도자료가 실린 일간지 5개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스크랩돼 있었다.

‘보도자료는 우리가 알아서 써 줄 테니 지껄이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는 무언의 압박(?)같은 게 느껴졌다. 보도자료는 5개 일간지 모두가 같은 내용이었다. 보도자료니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하지만 이번 취재는 취재기자가 제보자의 요청에 의해 직접 취재를 하고 있던 사건이니 보도자료와는 시작점이 다르다. 논점이 다르고, 요지가 다르고, 접근방법이 다르다.

짐작해 판단하건데 담당공무원은 애당초 취재에 응하고 싶은 마음이 처음부터 없던 거다. 위에서 시키는 건 많고, 마무리할 사업이 허다한데, 굳이 기자의 자료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보도자료가 판치는 신문에 뭔 자료요청이냐’ 싶었을 수도 있다.

우리 풀뿌리 지역신문 기자들이야 말로 어디 하소연할 데 없이 답답할 따름이다. 적은 인력에 지면은 채워야 해서 보도자료를 쓰기는 하나 취재기자는 말 그대로 취재를 하는 기자다.

공무원들이 사건 터지면 가장 잘 하는 대답 중 하나가 ‘예산이 없어 인력보강이 어렵다 보니...어쩌고’ 아닌가?
보도자료나 쓰려고 기자계에 입문한 게 아니고, 등본이나 떼 주려고 공무원된 게 아니 듯 피차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자는 열심히 하겠다고 덤비는데, 공무원이 안일했다면 창피해해야하는 거다.
일하기 싫다면 그 자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박차고 나가는 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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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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