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소방서 오경진 서장
▲ 태안소방서 오경진 서장

태안(泰安) 앞 바다에는 안흥량(安興梁)이라는 뱃길이 있다.
안흥량은 신진도와 맞은편 섬을 연결하는 물길이 험한 구역을 말하는데, 예로부터 건너기 힘든 바닷길로 유명하며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지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 등을 고려시대 개경, 조선시대 한양으로 가는 조운선(漕運船)은 반드시 이곳을 통과 해야만 했다.
태안 등 서해안 일대에서 이처럼 많은 도자기가 발견되는 이유가 무엇이고, 어떤 중요한 유물들이 발견되었는지 알아보면 세곡(稅穀)을 운송하다 난파된 선박들이 강이나 바다를 이용해서 사람이나 물건을 배로 실어 나르는 수운(水運)은 육상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전통시대에 매우 중요한 운송 방법이었다.
조운선이 항해 과정에서 풍랑과 암초·안개를 만나 침몰하는 사례가 기록에 자주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남부 곡창지대에서 올라온 배들이 지나가던 태안 해역 ‘안흥량’은 수많은 조운선이 침몰했던 곳으로 원래 이곳은 지나가기 어렵다고 해서 ‘난행량(難行梁)’으로 불렸지만 배가 안전하게 항해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부르다 보니 편안할 ‘안(安)자를 써서 ’안흥량(安興梁)‘으로 지명이 바뀌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태안군 서쪽 34리 지점의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러온 즉 바닷길이 험하여 조운선이 이곳에 패몰하였으므로 사람들이 그 이름을 싫어하여 안흥량으로 고쳤다라고 하였다.
안흥량(安興梁)은 황해도의 인당수, 강화도의 손돌목, 전남의 올돌목과 함께 우리나라 험조처(險阻處)로 꼽히며, 조운선(漕運船)의 연이은 난파로 인하여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자, 고려 제17대 인종 12년(1134년) 내시 정습명을 보내 태안 천수만과 서산 가로림만 사이 7km 구간을 굴착하여 굴포 운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7km 중 4km는 인공 수로를 만들고, 나머지 3km는 암반에 부딪쳐 실패하고 말았다. 
태안지역 해안선의 총 길이는 530.8km이며, 해안선을 따라 모두 119개의 부속도서(섬)로 이 중 유인도는 9개, 무인도는 110개로 주요 관광섬은 유인도서를 중심으로 안면도권은 황도·외도·내파수도 등이고, 근흥권은 가의도·마도·신진도와 무인도서인 격렬비열도, 궁시도 등이 대표적인 섬이다.
태안 앞바다에서는 고려시대의 수많은 유물들이 발굴되는 보물섬과 같은 지역이다. 이미 마도 해역에서는 수많은 배가 발견된 역사가 있다.
1981년 어부의 그물에 걸린 청자 대접 등 53점의 유물이 신고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으며, 고려시대 배 3척, 조선시대 배 1척, 보물로 지정된 매병과 죽찰 등 수 많은 유물이 발굴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또한 태안 해역에서 발굴된 난파선 안에서는 얇은 나무 판이나 대나무에 먹으로 글씨를 쓴 표찰(標札)이 함께 발견돼 당시 화물의 출발지나 경유지 도착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17년도 6월 태안에 국립해양문화재 연구소 서해문화재과가 신설되면서 태안 마도 해역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다시 시작되어 마도 주변 해역에 대한 총 2차에 걸친 시굴조사를 통해 청자, 백자, 중국 도자기, 닻돌 및 뱃사람이 사용한 생활용품도 출수되었다.
마도 1호선부터 3호선은 13세기 무렵에 전남 강진과 해남, 여수 등지에서 출발해 개경으로 가던 선박이었으며, 조선 시대 선박인 마도 4호 선은 ‘나주 광흥창(廣興倉)’이 적혀있는 표찰이 여러 개 발견돼 이 배가 나주에서 화물을 싣고 서울 마포에 있던 광흥창으로 가던 조운선임을 알 수 있다.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에 위치한 국립해양문화재 연구소는 ‘신출귀물(神出鬼物), 태안바다의 고려청자’ 테마전을 지난해 11월부터 6월까지 태안해양유물 전시관에서 진행 중이다. 
태안군 대섬과 마도 해역에서 발굴한 유물 3만여점 중에서 보물로 지정된 고려청자 등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로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청자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한편 신진도와 마도 등 안흥항 일대를 내려보고 있는 안흥진성(安興鎭城)은 조선 선조 11년(1583년) 축조된 성으로서 둘레가 1,798m인 석축산성이다.

 
 

현재는 사적 제560호로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1155번지 주소로 등록되어 있다. 안흥진성은 조선시대의 건축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성벽 구조와 축성방법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자료라 할 수 있다.
충청도 유일의 수군 방어영이 배치되어 왜구와 해적으로부터 선박을 보호하고 유사시에 강화도를 지원하기 위한 곡식을 관리하는 군사적인 기능 및 한양으로 가는 선박이 침몰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인도하는 입무를 수행하였으며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는 기능을 담당했다고 한다.
안흥진성엔 4개의 성문이 있었는데, 동문은 수성루(守城樓), 서문은 수홍루(垂虹樓), 남문은 복파루(伏波樓), 북문은 감성루(坎城樓)라 불리었으며 현재는 서문만 복원되어 있다 「선화봉사 고려도경」은 송의 사신으로 서긍이 고려에 온 것은 인종 원년(1123)의 6월이다. 서긍은 안흥정의 소재지로 묘사한 마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였으며, 고려 관마(官馬)를 평상시 이곳에 무리지어 방목하였고 섬의 모양이 ‘말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마도기암(馬島奇巖)은 안흥8경의 하나이다.
마도와 안흥쪽으로 인접한 신진도 중앙의 후망봉은 고려 때 송나라에 사신 갈때는 먼저 이곳에서 산제를 올리고 일기가 청명하기를 기다려 떠났다라는 구전을 남기고 있다.
안흥진성과 국립태안해양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수많은 보물들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소중한 문화유산이 담겨있는 깊은 뜻을 되새기며 역사의 현장이 새롭게 조명될 수 있도록 방문을 권하고 싶다. 
태안이 작은 지역이지만, 절대 짧은 역사를 품은 곳이 아닌 만큼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민족의 깊은 혼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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