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서예가 림 성 만
문필서예가 림 성 만

「아랫목과 윗목」


온돌은 아랫목과 윗목의 온도차로 인한 대류현상을 발생시켜 방의 쾌적도를 높인다. 침대가 없으므로 방을 여러 가지 기능으로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됐고, 이러한 좌식생활은 여유 있는 생활을 유지하면서 끈기 있는 문화를 탄생시키게 된다. 또한 따뜻한 아랫목이 윗사람의 자리가 됨으로써 생활 속에서 위아래를 아는 예의바른 문화를 창출했으며, 또 아랫목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집안의 화목을 다지는 필수공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한옥은 온돌로 실내외를 구분하고 방안에서는 아랫목과 윗목을 다시 구분하여 청결함과 건강함 그리고 편안함을 만들었다.
추운 겨울에는 온 가족이 아랫목에 모여앉아 군밤과 군고구마를 먹으며 가족애를 키웠다.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체온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 난방의 주목적이었기에, 예부터 일본은 온천으로, 핀란드는 사우나로, 우리는 온돌로 겨울을 났으며, 겨울잠을 자는 곰은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는 방법으로 겨울을 난다. 
우리의 한옥에도 추운 겨울에 아랫목에 모여 적은 공간을 난방하며 겨울을 나는 지혜가 있으며, 현재 우리의 주거환경은 윗목 아랫목 구분이 없고 방바닥과 실내공간의 온도가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는 입식생활문화로 바뀌어 있다. 아랫목에 발을 묻고 오손도순 지내던 가족문화의 흔적은 사라지게 된 실정이다. 항상 이불을 깔아놓는 침대문화는 진드기 등 해충의 서식처를 제공하여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아래보다 위가 더 따뜻하고 건조한 실내공기는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온돌방의 효능」

온돌방은 신체를 최대한 바닥에 밀착시켜 열을 얻는 접촉난방으로, 방안에 벽난로 같은 난방시설을 두지 않기 때문에 산소가 충분하여 방안이 쾌적하다. 또한 앉았을 때 둔부, 허벅다리 등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누워있을 때는 배면(등)이 구들에 밀착되어 직접적인 전도열로 따뜻해진다. 바닥에 까는 요보다 덮는 이불이 크기 때문에 온돌에서 방열된 열이 이불 속에 가두어지며, 이불 속은 마치 열주머니와 같게 되어 온몸이 따뜻해진다. 
또한 모세혈관이 팽창되므로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땀까지 배출시키므로 매일 자면서 목욕하는 효과가 있게 된다. 아울러 저장된 열이 방안에 넓게 퍼지도록하며, 온돌바닥이 땅의 습기를 적당히 흡수하면서 열을 방출하므로 방의 온도와 습도가 적당히 유지된다. 한번 불을 때면 석 달 열흘간이나 온기를 지속했다는 경남 하동의 칠불사 아자방 구들은 신라시대 담공선사가 놓은 구들로 전해지는데 우리 전통구들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나무를 때는 불편함이 수반되는 온돌은 편리함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난방법인데,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구들에서 태어나서 구들에서 자라고 구들에서 죽는다. 죽은 후에 제사상도 구들에서 받게 되기에 실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들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분한 말이 아니며, 이와 같이 온돌은 의식주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린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아궁이에 불을 때며 산후조리를 넉넉히 대신했으며, 이처럼 우리 민족의 모태는 온돌이고 구들이다.

「오늘날의 아파트온돌」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보일러 난방이나 전기의 발열을 직접 이용한 온돌, 온수를 열매로 하는 간접난방 온돌의 경우는 사전적 정의의 ‘온돌’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결국 현재 온돌이나 구들의 사전적 정의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구들과 온돌’에만 적용되고, ‘현재의 온돌’에는 적용하기 힘든 모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전기를 이용하든, 물을 이용하든 엄연히 온돌에 산다고 말하고, 아파트의 바닥난방도 한국의 전통난방법이 발전한 온돌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우리의 온돌은 바닥접촉과 탈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서양의 공기를 데워 난방을 하는 패널히팅(Panelheating)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직접가열을 하든 물 등으로 간접가열을 하든, 또한 어떤 연료를 쓰든 상관없이 바닥을 따뜻하게 한다면 모두 온돌로 정의되어야 마땅하다. 이는 선사시대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온 한민족의 온돌의 전통과 역사의 계승을 위해서, 그리고 근세에 발달한 연탄구들과 연탄아궁이 보일러를 사용한 온돌 등 과거와 현대의 중간적 온돌까지 우리 온돌문화의 전통에 포함시키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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