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기자
이미선 기자
신문기자에게 기사는 밥이고, 구독은 반찬이며, 광고는 별미다.

언론을 음식에 비유하는 게 좀 웃기지만 이토록 피부로 와 닿는 말도 없는 것 같다.
최근 며칠은 이런 생각이 아주 잘 들어맞는 사건이 여럿 있었다.
본지 창간과 관련해 광고를 요청하고, 기사를 제보 받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진땀을 빼야했던 순간이 있었다.

지난 5일 한 사건에 대해 전화취재를 하던 도중 황당한 얘길 들었다.
“광고를 안줘서 기사를 이렇게 썼구만.”
짧은 단어 몇 개의 나열이 참 비참하고 거북하게 느껴졌다.
광고를 안준 건 안 준거고, 그 사람과 연관된 취재를 했다고 광고까지 개입해 기사를 썼다면 그 기자는 이미 본연의 기자성을 잃어버린 거다.
물론 기자도 한명의 사람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지만, 광고를 안주는 단체나 기관을 대상으로 모욕하거나 배신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건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자, 생산적 기사 활동에 방해만 될 뿐이다. 또 그건 어디까지나 그쪽사정이니까.
하지만 구독과 연관 지어 대번에 신문을 2부나 해지했다.

“이 따위 기사가 나오는신문이면 볼 가치도 없어요. 가게하고 협회쪽으로 오는 신문 2부다 구독해지 해줘요.”

어이가 없었다. 가끔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는 독자들이 기사와 관련해 으름장 놓듯 구독해지 의사를 밝혀온다. 하지만, 이번처럼 광고와 연계해 기사를 폄하하고, 구독해지 결정을 통보한 행동에는 뭐라 반박할 가치도 없었다.

같은 날 D공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지난달 이미 광고의뢰를 하고 퇴짜를 맞은 기관이었지만, 이번에는 기사에 대해 상의할 일이 있어 전화를 한 차였다. 하지만 대뜸 유선을 통해 들려온 담당자의 답변이 가관이다.

“이미 다른 신문사에서 (기사)내기로 했으니까 신경 쓸 필요없어요.”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키 위해 관할기관에 확인 차 전화한 것인데, 담당자는 중앙차원의 정보를 무슨 광고 주듯 하는 말투였다. 이미 보도자료나 타 지자체 언론기관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었지만 우리 지역 신문에는 아직 보도한 바 없는 정보였기에 기자가 예의를 갖춰 전화했음에도 담당자의 말 속에는 상대를 깔보는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었다.

“단순한 정보를 알리는 취지의 기사고, 이미 중앙차원에서 보도자료가 배포됐지만 관할기관에 한 번 더 지역적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드렸습니다. 우리 신문독자들을 위해 전화했기 때문에, 타 신문에 게재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통화를 마쳤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신문기자에게 기사는 밥이고, 구독은 반찬이며, 광고는 별미다.
사람인지라 항상 한결같을 수는 없지만, 광고를 주지 않았다고 기사를 쓰지 않는다거나 편향된 사고로 기사를 작성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하기 좋은 얘기로 지역 언론이 살아야 지역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그 말은 독자들 스스로 지역 언론을 믿고 지지해 줄때 진정으로 독자의 힘이 담긴 신문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은 아닐까 생각해 볼 일이다.

SNS 기사보내기
이미선 기자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