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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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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빈터
태안미래  |  t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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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20  10: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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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필서예가 림성만

청아한 울음 울며 새들이 날아든다

남도 담양 창평골 자락이 좋아서
세월 잊고(?) 나무 위에 세상일 부딪치며
갈잎 애기에 귀 모으고 살아가는
남녘 하늘 여린 햇살 머금은 고라니 한쌍
산딸기 숲 이따금 마른나무 부러지는
삼지내마을 지나 월봉산 중턱 용운저수지
실바람에 도룡이 물총새 뽐내며
눈부신 몸매들이 눈에 아립다

듬성듬성 나란하지 않은 채 들어앉은
제각기 검버섯으로 꽃피는 창평 장날 할머니는
해묵은 약초 하나 둘 정성으로 펼쳐내고
날계란 하나 툭 깨 올린 콩나물국밥 잘 끊여내는
항토방 국밥집 김서린 벽에 살짝 기대어
아침햇살 얼큰한 채 젖은 수심 띄워
어느새 서편 하늘처럼 반짝이는
감빛 웃음 뒤로 허름한 봇짐진 채
깊어가는 기다림의 바람타고
물빛 비릿한 노을이 서서히 스러져간다

물결에 흔들리며 갈잎만 하염없이
긴 여름 폭염에 당당했던 푸르렀던 대나무
벌거숭이 물푸레나무 물차오르면
갯버들도 지쳐 제 몸 땅에 길게 늘이고
함께 웃어주는 가을의 정점 속에
그녀와의 만남은 차라리 저녁놀 밟고 가듯
외기러기 그림자 짙게 서려 
속새풀마저 날 울리면 그 속에 뛰어들리
초여드레 낮빛 드리운 초승달 하얗게 웃으면
보고픔에 가슴 메인 허리굽은 들꽃
아- 무지렁이 가난 세월 앙다물고 이긴 것들이여

황혼 무렵 묵정밭 내려오다
작은 염소새끼 힘에 겨워 깨어진 정강이
문살 흔들며 산새울음 어둠 몰고 올 때
바람은 맨살로 나뭇잎에 스며들어
떠다니는 구름장에 맨발 씻고 싶은데
대바람은 누구의 슬픔으로 저리도 흐느끼는가
걸어온 자욱 저무는 숲길
텅 빈 고개엔 메아리 맴돌다 허리 꺽여
숲 사이 투명한 별들 쉼없이 바람에 흔들려
아릿아릿한 세월 끝내 입다문 채
슬피 울 일들은 물길처럼 보내놓고
아직도 그리움에 맨몸으로 앉아
사위는 시간에 밀린 채 하얗게 멍이 든다

어느새 노을에 젖은 월봉산 자락 아래
풀벌레 소리 솔바람에 날려
덧없이 흘러가는 먼 하늘 구름 뜰에 쏠리고
그녀는 고추값이 곤두박질 치든말든 도대체
여우햇살 빈 수레바퀴 돌듯 가슴 밟힌 날
한 세월 긴 밤 구들장 들썩인 수많은 한숨
농사가 힘들다고 보따리 달랑들고 도망치듯
깊은 밤에 떠나버린 옆집 처녀 애기로 밤새지만
동구 밖 장승은 남겨둔 그 속울음
기다림의 바람타고 깊어가는 창평 냇가 너머
아련한 세월의 길목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허리굽은 그림자 투영된 채
밤새도록 소쩍새에게 풀어놓는다

사는 게 그렇지 별거 있냐고 남말하듯 말하지만 
삶은 녹록치 않은 것도 현실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지금 주어진 모습인데 그녀는 어떤 생각일까
아무런 핑계없이 살아갈 순 없는 것인지
그래도 기억할 수 있는 그녀가 있다는 건
푸른 빛처럼 다행이고
그 빛 하나도 보여줄 수 있는 건 없다해도
작은 생각은 남아있기에 멈추는 건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쉽진 않지만 한참동안 그것만이 최선이라면
그녀를 지극히 기억함인데
보이는 것이 전부라면 아프긴 하겠지만
감출 수 없는 것도 분명 존재하거늘
쉽지 않은 세상살이 그것조차 남기려 하는데
그것을 이해한다면 허허롭게 웃어야겠지
연필과 만년필을 굳이 비교하지 않는다면
다름과 틀림은 나눌줄 알기에
집착이 아닌 솔직함을 말하는 것이기에
숭고함의 무게를 기억해본다

그랬다 먼 길 달려 토해냈던 붉은 날숨
고즈넉하게 빚어진 그녀의 순수함
세월의 들길 따라 그녀와 함께 하루를 보내고
하나 둘 얹어줄 수 있음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듯
가질 수 있는 것만이 목적이었을까
욕망이 아닌 순수함에 이끌려 찾은 것이기에
그보다 더 귀한 생각이 남아
보드라운 숨결 아름다운 그것을 기억해 보았는지

있는 그대로 마음안에서 대한다는 것
쉽지 않지만 고귀한 순결함이어라
말없이 마주앉아도 할 말은 전해질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뚜렷하게 사진처럼 박혀
그것이 있기에 지금도 이어지는 것들
볼 것만 보지 말고 들은 것만 듣지 말며
보여지는대로 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살이 결코 쉽지 않지만
먼 길 달려와 마주한 소중했던 시간이기에
오늘도 가슴 내려놓고 풀어내 나아가는 거다

창평골 월봉산자락 숲속의 빈터에서
동글한 그녀는 언제나 수줍은 모습으로
때론 민들레처럼 강해보여도 가녀린 사람이었지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드넓은 들판에서
그녀가 무엇으로 살아왔을까 생각하면
빛 푸른 마음 다스리고 또 다스려보지만
현실을 대비하면 바위 덩어리처럼 무거웁지만
아무래도 천천히 가슴 열고 걸어가야 하거늘
우린 무엇이 그리 바빠 서둘러 가는 것일까
느림을 말하며 오히려 행동은 앞서가는

시간의 절망적 굴레에서 잠시 떠나
한참동안 낱알 걷어낸 논길 걷다가 느낀 건
그동안 힘들고 여유없이 살아왔다는 것
치유하고 싶은 이 가을은 정말 예쁘기에
지금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호흡하는데
가을을 재촉하는 밤비가 내린다
눈이 부시게 찮란한 이 가을
기억하면 고즈넉함이 있어 혼자가 아닌
담양 창평골엔 대나무만 있는 걸로 기억되지만
사유와 느림 그리고 부드러움과 살냄새 있는
마음 넉넉한 그녀와 푸른 시간이 공존하는 곳.

※ 볼 수 없었다. 들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작은 모습으로 보이는 건 촘촘히 기억되는 시간인데, 왜 우린 보이는 것만 보려하고 들리는 것만 기억하려 하는 것인지 하나 둘 생각하면 쉽지 않은 시간인데, 절대라는 경계에서 무엇을 다시 기억해야할까. 들리면 보이고 보이면 들리는 것이 현실인데 아무려면 지금이 전부일까. 눈가에 흐르는 눈물빛도 때론 아쉬움으로 남아 있을 것인데 그것을 왜 버리지 못할까.
걸어가는 것과 뛰어가는 것에 차이는 촘촘히 기억한다면 아쉬움이다. 절대적으로 쉽지 않은 현실, 사랑과 현실은 괴리가 있다지만 어찌 그것을 무시할 것인가. 정해서 말하면 지금의 시간은 정말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사랑과 그리움이 남아있기에 기억하지만 그리움의 처연함 그것이 전부일까. 정말 전부일까. 아쉬움은 아프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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