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태안향토문화연구소장 박 풍 수
전 태안향토문화연구소장 박 풍 수

해마다 찾아오는 10월 9일은 세종대왕께서 백성들을 위하여 중국의 글인 한문(漢文)의 어려움을 알고 고심(苦心) 끝에, 집현전 학사들에게 한글을 만들게 하여 선포한지 576년째 되는 해이다. 
한문은 너무 복잡하여 배우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려워 세계 역사상 쉬운 글을, 남의 나라 글을 모방(模倣)하지 않고 소리글을 만든 위대한 나라이며 위대한 국민이다. 
오랫동안 한자권(漢字圈)에 속해있던 우리 국민은 한자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어 현실적으로 한글과 혼용(混用)하고 있다. 글 쓰는 본인(本人)도 외래어를 쓰고 있다. 하지만 부득이 외국어를 써야 할 경우에는 한글로 쓰고 (괄호) 안에 원문(原文)을 넣어 이해를 돕는다. 
한글이 쉽다고 하지만, 시대에 따라 변하여 너무 어렵다. 본인도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1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무척 어렵다. 국어사전을 얼마나 많이 찾아보았는지 손때가 검게 묻었다. 
한글도 어려운 형편인데, 한문은 필수고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도 생활전선에 사용하고 있어서 80이 넘은 나이에 시력도 떨어지고 기억력 감퇴 등 어려운 일이 많다. 그러나 열심히 배우며 쓰고 있다. 
지구촌(global) 시대여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읽는 분들을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글을 쓴다. 
요즈음 신문에서 읽은 몇 가지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한글로 ‘이초’와 ‘배해’란 단어가 쓰여 있었다. 본인이 해군에 입대해서 군함을 타고 3년간 해상 근무를 해서, 바다에 대해서는 약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글로 ‘이초’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해석을 덧붙이면 ‘배가 암초에서 떨어져 다시 뜸’이란 말이다. 즉, 한문으로 이초(離礁)다. 
관계기관에서 보내온 보도 자료를 마감 시간에 그대로 옮긴 모양이다. 보도 자료를 보낸 관계기관에 문제가 있었다. 또 한글로 ‘배해’라는 단어도 아래위의 문맥으로 볼 때 ‘유배지에서 풀려났다는 줄임말이었다. 한문을 겸용(兼用)해야 할 대목이다. 글은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한문이 무척 어렵다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매년 말 마지막 신문에, 어김없이 ‘아듀’(adieu)라는 프랑스어가 나온다. 요즈음 많이 등장하는 ‘아르바이트’(arbeit)는 독일어다. 약 20여 년 전부터 ‘민박집’이라는 말 대신 ‘펜션’(pension)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이는 고급스러운 민박집을 일컫는 프랑스어다. 
위에서 지적한 예들은 빙산의 일각(氷山의一角)이다. TV를 보면서 느낀 것은 국적도, 뜻도 모르는 말들을 사용해서 인터넷 찾아보고, 유학파 친구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36년 간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영원한 속국(屬國)으로 만들기 위해 한글과 우리말을 못 쓰게 하고, 일본말과 일본글을 쓰도록 강요했으며 우리국민의 이름을 일본말로 바꾸는, 소위 창씨개명(創氏改名)을 법으로 만들어 강요했으니 세종대왕께서도 눈물을 흘리셨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좋은 글과 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6년 동안 일본인들의 지배, 폐해 때문에 아직도 수많은 일본말이 무분별(無分別)하게 쓰이고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찌라시’ 라는 일본어를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음은 개탄할 일이다. 
한글은 소리글이라 문장이 길어 한문을 같이 쓰지만, 일본말은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사용하지 않기를 소망(所望)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도 많이 사용하는 일본어를 간추려 보았다.


1, 곤(こん)색, 진남색, 감청색
2, 기스(きず), 흠집
3, 노가다(のかた), 막일꾼,
4, 다데기(たてぎ), 다진 양념
5, 단도리(だんどり), 준비, 단속
6, 뗑깡(てんかん), 생떼, 행패, 억지
7, 데모도(てもと), 허드레 일꾼, 보조일꾼
8, 똔똔(とんとん), 득실 없음, 본전
9, 마호병(まほうびん), 보온병
10, 분빠이(ぶんぱい), 나눔, 분배
11, 사라(さら), 접시
12, 아나고(あなご), 붕장어(한국말로 착각할 정도다.
13, 아다리(あたり), 적중, 단수
14, 에리(えり), 옷깃
15, 엥꼬(えんこ), 바닥남, 떨어짐
16, 오뎅(おてん), 생선묵
17, 와사비(わさび), 고추냉이 양념
18, 유도리(ゆとり), 융통성
19, 입빠이(いっぱい), 가득
20, 찌라시(ちらし), 선전지, 쪽지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본말은 일제강점기에 스며든 잔재로 남은 것이지만 이를 청산해야 할 몫은 우리의 현재진행형 임무이기도 하다.  

오늘따라 많은 애국지사 중에 이회영 6형제가 일심단결(一心團結)하여 여의도의 약 3배에 이르는 땅을 처분하여 만주의 혹한(酷寒)속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 다섯 형제가 비참한 최후를 마치고 한분만 살아 오셨으니 역사에 길이 남아야 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매국노(賣國奴)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 일부 토호 (土豪)들이 조선총독부에 아첨하여 지방의 군수(郡守)와 중추원참의(中樞院 參議) 등의 벼슬을 얻고, 은사금(恩賜金) 받아가며, 그들이 한 일은 조선의 청년들을 일본군에 보내는 일이 우선이었다고 하니 어찌 같은 민족이라 할 수 있을까? 
새삼 576회 한글날을 맞아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우리말과 우리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 우리 민족 자존감을 높이는 길임과 아울러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임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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