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당 문병룡
월당 문병룡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솔 내음과 갯벌이 살아 숨쉬며 농어민들이 희망을 안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국립해양공원이 있는 이곳 태안반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살아온 지난날의 발자취를 더듬어봅니다. 
칠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철없이 천방지축 개구쟁이처럼 살아왔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어언 내 나이 산수(팔순)에 접어들었다. 
지나온 날을 뒤돌아보니 후회되고 부족한 것뿐이다.
솔직히 남들한테 단 한 가지도 제대로 자신 있게 내놓을 것이 없는 부끄러운 존재일 뿐이다.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분명히 짧은데 지금도 욕심과 미움, 시기와 교만 가득하다.
솔로몬의 명언처럼 ‘모든 것 다 지나 가느리라’란 말을 좌우명처럼 믿고 살아왔건만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구두쇠같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며 현실에 집착하는 내가 한심하기까지 하다.
어릴 적엔 고난과 가난의 역경 속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나는 분명히 선택받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이십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았고, 사십여년 동안 교육계에서 종사하며 어려움이 무엇인지 궁핍이 무엇인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아왔음을 고백합니다.
착하고 순한 아내를 만나 오십여년 동안 내 아집대로 아무 거리낌 없이 살면서 슬하에 남매 두고 나름 효도 받고 사랑받으며 살아왔지요.
그러나 긴 세월 살면서 왜 저라고 아픔과 슬픔, 괴로움이 없었겠습니까.
어려운 고비마다 내가 믿은 살아계신 하나님 의지하고 평안과 감사의 삶을 살려고 날마다 기도, 묵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곳 태안이 좋아 십오년을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벗 삼아 전원생활 비슷한 삶을 흉내 내며 살면서 젊어서 못 다한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하면서 백수건달처럼 지내고 있지요.
복이 많아 주위에 계신 좋은 분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육심대부터 구십대까지 모두가 형제처럼 친구처럼 늘 즐겁게 서로 의지하고 결려하며 보람있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늦은 감이 있으나 이제야 비로서 철이 드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 사람, 가족 사랑, 이웃 사랑, 그리고 만물을 사랑하며 남은 여생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이지요. 내일은 나의 날이 아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미지의 날입니다.
우주 만물이 다 다르듯 모든 사람이 어찌 나하고 똑같으리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마다 가치관과 인격과 정서가 다름을 인정해야겠지요. 그릇은 비워야 채워집니다. 모든 것은 비움에서 시작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정말 부족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비우고 나누며 가볍게 살고자 노력하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헤어지고 각자의 길을 떠나야 할 사람들입니다. 최종 목적지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으나 가는 길은 다릅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살며시 손잡으며 사랑한다, 고맙다, 아쉬웠다고 조용히 전해주며 살아봅시다. 
우리 모두 남은 여생을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면서 같이 걸어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골인해봅시다.
태안이 좋아 태안에 살면서 좋은 분들 만나 한없이 행복합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인생의 큰 추억으로 생각하며 소중히 간직하렵니다.
‘태안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근흥면 적막산 밑에서 월당 문병룡

SNS 기사보내기
태안미래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