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수남
▲ 류수남

대통령선거가 시작되면 1956년 5.15 제3대 대통령선거 구호를 기억(記憶)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승만을 후보로 냈던 여당(與黨)인 자유당(自由黨)과 신익희를 후보로 냈던 야당(野黨)인 민주당(民主黨)의 선거구호가 지금도 많은 유권자들의 입에서 회자(膾炙)된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민주당과 갈아 봤자 별수 없다.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라는 자유당의 선거(選擧)구호(口號)는 대선 때가 되면 세인들의 입에서 오르내린다. 지금도 각 정당들이 표현은 다르지만 정권욕심은 문맹시대였던 자유당시절이나 화성을 탐사하는 문명시대나 다름이 없다. 지금은 문맹(文盲)시대와는 달리 정권(政權) 사수와 정권(政權) 교체라는 표현을 쓴다.

그렇다보니 속고 사는데 익숙한 민초들은 누가 명관(名官)이고 누가 구관(舊官)인지 구별이 안 된다. 정치권에는 명관(名官)이 없고, 구관(舊官)이 과연 명관(名官)일까?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3.9대선에 출마했던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가 우리나라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다고 했다. 도둑의 뜻이 뭔지는 모르나 많은 국민들의 귓전을 울려 회자됐을 것이다.

문맹시대나 문명시대나 정치권에 명관이 없는 게 아니다. 몸에 밴 아부와 이기주의로 살아가는 정치꾼들이 있어서다. 3.9대선이 끝나고 6.1지방선거가 다가오니 이제서 반성하자는 소리가 난다. 왜 진작 소리를 못 냈을까? 괘씸죄가 무서웠나? 점령군들처럼 막말과 삿대질을 잘해야 유명해지는 정치권은 언제쯤이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속고 사는 데 익숙한 많은 국민들은 정치권의 말이 허언(虛言)으로 들릴 때가 많다.

6.1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의 공천권자들은 정치꾼과 정치인을 혼동하지 말고 공천하라. 그리고 현직들은 임기동안 월급쟁이 정치꾼이었나 아니면 주민과 지역에 족적을 남긴 정치인이었나를 돌아보라. 특히 가문의 영광과 개인의 영달만 생각했나를 돌아보라. 훌륭한 정치인도 있지만 월급쟁이 정치꾼도 있을 것 같아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훌륭한 다선(多選)도 있지만 무능한 다선은 없는지를 보자. 그래서 무능한 간부보다는 유능한 주무관이 낫듯 무능한 다선보다는 유능한 초선이 낫다. 그래서 투표를 잘해야 한다.

또 정치신인(新人)들은 왜 정치를 하려하는지를 솔직히 말해보라. 정치꾼들의 월급과 권한이 부러워서인가? 아니면 훌륭한 정치인들의 족적이 부러워서인가? 묻는다. 혈세 값을 못하면 받은 월급을 반납하고 혈세를 허드렛물 쓰듯 하는 조례 발의나 속기록을 장식하는 발언은 않겠다는 공약을 할 용의는 없는가?

또 혈세 절약과 자신을 돌아보는 조례를 제정해서 월급 값을 못했으면 월급은 반납하겠다는 공약을 할 용의는 없는가? 그리고 문화예술행사를 포함한 모든 행사는 관객인증제실시와 자신들을 돌아보는 반성조례를 제정해 주민들에 공개하고 신임을 묻는 공약을 할 용의는 없는가?

그리고 약속은 지키고 전화는 피하지 않겠다는 소통공약을 할 용의는 없는가? 선거 때 정치인들의 말은 청산유수 같은 달변(達辯)이다. 또 양심은 여치가 먹는 이슬같이 깨끗하고 언행은 청수같이 맑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배지를 달면 대부분 후보시절의 말은 풀잎의 이슬처럼 사라진다.

이슬처럼 사라지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지역행사에는 밀물처럼 몰려와 이름 석 자 소개만 받고 썰물처럼 빠져나가 행사가 끝날 때 까지 현장을 지키는 의원들은 없다.

예산의 승인(承認)과 삭감(削減)사이에서 고민(苦悶)했던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고 가감승제를 하는 의원이 있을까? 공직사회에서 갑(甲)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하늘같이 높은 권한과 추상(秋霜)같은 명령에 책임은 없어 천상천하(天上天下)에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다. 임기동안 각종혜택을 누리며 약120여일의 회기동안 한마디를 못해도 책임을 추궁 받거나 의원직이 상실되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다.

그래서 서로가 하려고 하는지 모른다. 허경영의 주장처럼 무보수라면 모녀나 모자가 대를 이어가며 하려고 할까? 6.1선거를 준비하는 예비후보나 확정된 후보들의 현수막과 공보물에는 자신의 화려한 경력과 높은 학벌 자랑뿐이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없다.

또 깨끗한 강(江)과 청정바다를 외치면서 청정의 천적인 해양쓰레기를 없애는 어구실명제를 공약하는 후보도 없다. 그래서 월급쟁이로 오해받는 것이다. 어구실명제가 실시되면 바다를 오염시키는 통발과 폐그물 같은 폐어구는 없어진다. 그런데도 표를 의식해서인지 목소리를 못 낸다. 아니라면 오해받기에 충분하다.

또 주민들의 눈(目)높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높이에 못 올랐거나 못 오르면 그간에 수령했던 혈세를 반납하겠다고 공약 하는 후보는 한사람도 없다. 그래서 갈아봐야 별수 없다는 자유당시절의 대선공약이 잊혀 지지 않는지 모른다. 우리 다(多)같이 생각해보자. 여름의 매미는 겨울의 백설(雪)을 모른다는 선부지설(蟬不지雪)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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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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