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계 엔지니어 이환성
공학계 엔지니어 이환성

우리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도심 곳곳에서도 마주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바로 잡초인데, 아스팔트 옆 작은 틈새 혹은 보도블록 사이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강인함은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농촌지역에서는 작물 재배를 하는 과정에서 잡초와의 사투가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다. 나 역시 살고 있는 인근 지역에서 작은 면적이지만 텃밭을 2년째 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 잡초와의 사투가 벌어진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잡초를 보며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나의 잡초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된 동기가 바로 일본의 식물학자가 쓴 「전략가, 잡초」를 읽고 나서부터다.

 

잡초의 전략과 마쓰시타 전기

 

잡초란 무엇인가? 잡초(雜草)의 사전적 정의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다. 일반적으로 농작물을 기르는 과정 혹은 미관상 방해가 되기 쉬운 식물을 우리는 모두 잡초라고 부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산과 들에서 자라나고 있는 쑥을 우리는 잡초라고 하지는 않는다. 잡초는 결국 인간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 만들어낸 존재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잡초는 나약하면서도 강인함을 상징하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잡초의 생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잡초의 생태를 연구하면서 잡초의 전략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첫째, 잡초는 부정적 환경을 긍정적 환경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둘째, 잡초는 변화를 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씨(종자)’를 남기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인데, 잡초는 이 목표를 이룰 때까지 어떻게든 버틴다고 한다.

잡초의 부정적 환경을 긍정적 환경으로 바꾸는 전략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일본의 마쓰시타 전기(松下電器)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이다. 그는 자신은 하늘로부터 세 가지 축복을 받았다고 한다. 그 세 가지는 바로 가난, 허약체질, 그리고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이 세 가지는 일반적으로 축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삶에 부정적 역할을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가난함은 부지런함을, 허약함은 건강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함은 배움의 절실함을 일깨워줬다. 내가 정말 하늘로부터 은혜를 입은 것은 세 가지가 아니라 가장 큰 것은 하나이다. 그것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태도이다” 마쓰시타의 인생철학은 바로 잡초의 철학과 동일하다고 본다.

 

농작물 경작과 우리 교육 현실

 

먼저 농작물과 잡초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농작물은 균일해야 관리하기 편리하기에, 인간은 균일하게 길들인 식물을 작물이라고 한다. 반면에 잡초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기에 야생에서 전멸하지 않고 오랜 시간 세대를 이어나가려면 뛰어난 형질을 고르고 골라 똑같이 만들기보다는 개성 있는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성에는 평균이 없다.

이러한 잡초의 특성에서 우리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농작물처럼 관리하기 편리한 개성이 없는 인간, 평준화된 인간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사상에 ‘화(和)하면 사물을 낳을 수 있고, 동(同)하면 생성이 이어질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차이가 없어지는 순간 창조와 지속도 없어진다는 의미로, 차이가 모든 것의 존재 조건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차이는 생존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개성을 말살하려는 움직임이 매우 강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우리는 잡초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생존의 위기감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잡초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밟히면 일어서지 않는다고 한다. 밟히고 또 밟혀도 계속 일어서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잡초는 일어서는 데 사용할 에너지를 줄여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는 쪽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삶,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잡초의 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겉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이는 잡초라 하더라도 잡초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다. 가까운 예로는 바로 사회 주변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풀뿌리 운동’이 대표적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힘없는 민중’을 표현하기 위해 ‘민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만큼 개개인은 연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일찍이 함석헌은 이런 민중의 모습을 ‘씨알’이라는 말로 풀어냈다. 풀뿌리는 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씨앗일 뿐, 자라지 못하면 그 생명력이 사라진다. 그래서 풀뿌리 민중은 자기 자신의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일순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풀 한 포기도 우주의 하나의 생명체임을 자각해야 하며, 사람이 먼저고, 자연이 먼저고, 생명이 먼저라는 생명 사상”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또한 연약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살려 강점으로 만들려는 잡초의 전략에서 우리는 잡초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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