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늘상 하던 말이 실제로 어떤 사실을 가져오는 결과가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의 격언 같은 말의 무서움을 표현한 명언이라 생각해봅니다.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아버지께서는 이런 말을 늘 강조하셨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역시 말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변한 내용이라 해석해봅니다.

말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수 100명을 대상으로 히트곡이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해보니 놀랍게도 91명의 가수가 자신의 히트곡과 같은 운명이 되었고 특히, 요절한 가수들은 너나없이 슬픔과 죽음이 연관된 노래를 불렀다는 서글픈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26세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난 차중락은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애절하게 부르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0시의 이별” “돌아가는 삼각지” “마지막 잎새” 등 저음으로 국민들 가슴을 저미게 한 배호는 29세에 신장염으로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말았으며, 김정호는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르고 33세에 폐결핵으로 아까운 생을 마감했으며, 최병걸은 “진정 난 몰랐었네”를 부르고 38세에 간암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면서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11월에 낙엽 따라 떠나고 말았습니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이맘때쯤이면 아버지들은 마당 한 쪽의 짚가리 옆에서 이엉을 엮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엮은 이엉 뭉치들이 마당에 그득해지면 어느 날 아침 동네 어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지붕을 이는 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이엉을 올리는 날은 작은 잔칫날이었습니다. 부엌에서는 새참으로 낼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고, 아이들은 노란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를 받아 날랐으며, 두어 명은 사다리로 이엉을 올리고 몇몇은 그것을 받아 지붕에 깔았습니다. 그 작업이 끝나면 용마름을 덮을 차례. 용마름은 이엉이 맞닿은 마루를 덮는 것으로 초가지붕을 이는데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용마름이 완성되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새끼를 동여맸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초가지붕은 집 전체가 보름달처럼 환하게 빛이 났었는데 11월에 떠나간 가수들처럼 영영 우리들 곁을 떠나고 희미한 추억만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명화를 모르는 전 세계인들은 없을 것으로 단언해봅니다.

고단한 농촌 일을 가장 사실적으로 정감 있게 그린 그림으로 지금까지도 각인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때는 밀레의 이삭줍기가 실행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이삭줍기를 권장했고, 또 단체로 들판에 나가서 이삭을 주워 불우이웃돕기를 했던 그때 그 시절이 불현듯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기계화 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인건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어 혹여 들녘에 이삭 줍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이상한 사람쯤으로 취급될 것으로 사료되지만 11월에 사라진 풍경 중의 하나가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으로 겹쳐오는 건 행복과 즐거움이 추억의 밑천이 아니라 고생과 고단함이 그리움과 추억의 원천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지나간 우리네 삶에는 월동준비란 단어가 있었습니다.

선두주자는 단연코 김장이었습니다. 먹을 게 턱없이 부족했던 그 옛날...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김장이 으뜸이었습니다. 몇 백 포기는 기본이었고, 무청을 매다는 작업으로 김장은 종료되지만 그때 어머님들은 천하장사요 불굴의 여전사들이었습니다. 자식과 가족을 위하는 일이라면 밤낮이 없었고 오로지 직진뿐이었습니다.

연탄까지 수북이 부엌에 쌓아놓아야 어머님들은 한시름을 놓으면서 월동준비가 끝이 나는데 지금은 유통과정이 발전되고 보관 시설들이 뛰어나 계절에 관계없이 싱싱한 채소들을 언제나 구입할 수 있기에 월동준비란 단어조차 11월의 마지막 잎새들과 함께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시절의 풍경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무와 잎은 서로 협력하여, 나무는 뿌리에서 영양분이 올라오는 길을 막고, 잎은 태양 빛으로 만들어진 영양분이 뿌리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 층을 만드는 과정을 “떨켜층”이라 부르는데 이는 누군가의 힘을 필요로 하지 않고, 제 몸의 일부를 스스로 떨어지게 만들어 추운 겨울나무가 극한의 현실을 잘 견뎌내기 위함으로 인간에게 주는 울림과 메시지가 크다고 사료됩니다. 나무와 잎은 서로에게 깊은 믿음으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생존을 위한 버팀목으로 이 겨울도 이겨낼 것입니다. 말이 씨가 되고 사라진 시절의 풍경들을 추억하면서 다른 시간으로 넘어가는 차가운 길목에서 지금껏 쉼 없이 달려온 뒤를 돌아보면서, 안식을 취하고 오늘의 정진과 내일의 희망이 기대되는 군민 여러분이 되시라 마냥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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