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자문위원 김동민
대한노인회 자문위원 김동민

그동안 여름철이기도 하고,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집에서 샤워만 하다가 추석 명절 전날 모처럼 공중목욕탕에 갔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인지 예상보다 욕객들이 많지 않았다.

우선 샤워하고 탕 속에 들어가니 노인 1명과 40대로 보이는 젊은이 1명, 초등학생 1, 2학년쯤의 형제로 보이는 어린이 2명이 탕 속에서 물수건 한 개씩을 가지고 부산스럽게 놀고 있었다.

나는 몇 분 동안 어린이들이 장난치며 노는 것을 지켜봤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자가 없어 용기를 내서 큰소리로 “얘들아! 수건 탕 속에 넣는 거 아니다! 수건 탕 밖으로 내놓고 조용히 해라”라고 하니 아이들이 떠들던 행동을 멈추고 물수건을 탕 밖에 내놓았다.

역시 마음속으로 예상했던 대로 탕 안에 있던 젊은이는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교양이 있는 자라면 나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챙기지 못했네요.”라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그래도 양심은 있구나!’라고 생각을 했을 텐데 째려보는 눈빛으로 나를 흘겨보고 짜증스러운 말투로 “얘들아 이제 나가”하면서 탕 밖으로 나갔다. 하기야 요즘 세상 욕하지 않고 나가는 것도 다행이었지만...

공중도덕이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공중목욕탕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목욕하는 장소이므로 탕 속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가볍게 샤워하고 들어가야 하고, 수건 같은 물건은 아무리 깨끗하다 하더라도 탕 속에 가지고 들어가서는 안 되고, 탕 속에서는 조용히 있어야하고, 특히 수건을 탕 속에 넣고 흔들고 짜는 행위는 절대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 2명이 수건 한 개씩을 가지고 탕 속에서 흔들어대고 비틀어 대면서 놀아도 아이들의 아버지도, 탕 속에 있던 노인도 보고만 있었고, 탕 밖의 많은 어른이 보면서도 본체만체했다.

이렇게 요즘은 옛날과 달리 아이들(젊은이)에게 잘못하는 것을 보아도 가르쳐 주거나 꾸짖는 어른이 없다. 자식들이 나쁜 짓을 해도 꾸짖지 않고, 공중도덕을 안 지키는 아이들을 봐도, 쓰레기를 아무 곳이나 아무렇게 버리는 것을 봐도 외면하고, 초중고 학생들이 담배 태우고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아도 못 본체 그냥 지나가고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이 노상에서 싸움하는 것을 보고도 보복이 두려워 그런지 본체만체 그냥 간다. 물론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2년 전 실제 내가 보복을 당해봤다. 태안문화예술회관 남쪽에 있는 산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쉬기 위해 정상에 설치된 긴 의자에 앉아있는데 20대로 보이는 청년 2명이 의자에 앉아 옆에 노인이 있음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담배를 태우는 것이었다. 내가 일어날까 하다가 참고 그대로 있었는데 담배 연기가 내 쪽으로 와서 참을 수가 없기에 “젊은이들!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니 안 피우면 안되겠나!”했더니 한 명이 신경질 조로 피우던 담배를 땅에 내려놓고 발로 비벼대며 일어나면서 내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XX 제집인가”하고 가는 것이었다.

당장 “뭐야!” 하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뒤에 더 심한 욕지거리를 하던가 덤벼들 것 같아서였다. 이렇게 보복을 당해서 그날 하루는 종일 좋지 않은 기분으로 보낸 기억이 난다.

요즘은 핵가족화로 세상이 변해서 3대 즉, 조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가정은 23.7%밖에 안 되고 2대 가정의 젊은 부모들도 맞벌이로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서 전통적으로 가정에서 손자녀들에게 실시해오던 소위 밥상머리 인성교육이 사라졌고 학교에서도 1등 지상주의자와 입시 위주의 교육만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노인들이 자라던 시기의 어린이들의 놀이인 숨바꼭질 등을 하면서 서로 돕고 합심하고 인내하는 방법 등을 어릴 때부터 스스로 배웠던 것들이 살아지고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와 휴대폰 등으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오락프로그램이나 게임을 즐기면서 살아감에 따라 영특하기는 하지만 인성적인 소양이 낮아 자기중심적이므로 효도, 경로, 겸손, 배려, 인내심 같은 인성적인 수양이 부족한 상태여서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노인들은 가정에서 후손들을 잘 키우고, 가르쳐야 하는 가장이요. 사회에서는 모범적인 삶과 행동을 하면서 젊은이들을 선도하는 어른들이다.

그동안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잘못하는 것을 보고도 외면하였던 어르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보복당하면 처벌을 요구할 수 있는 기관이 늘고, 방법도 쉬워졌다. 그러므로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행동이 옳고 그름을 당당하게 가르쳐야 하고, 잘못하는 것을 보면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적하고 제지해야 한다. 반면 잘하는 젊은이가 있으면 칭찬도 해서 사기를 높여 더욱 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어르신들이 잘못하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자세를 바꿔 적극적으로 젊은이들을 선도해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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