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라는 시를 이렇게 읊조렸다. 하찮게 보이는 풀꽃을 불과 24글자로 간결하고 정갈하게 역대급 인생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건성으로 보고 스치듯 지나쳐서는 사랑은커녕 풀꽃조차 알 수 없다는 개념으로 나름 궁색한 해석을 펼쳐보면서 이렇게 인용해본다.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오래 머물러야 실감난다. 태안이 그렇다.”

태안구경오기(泰安九景五嗜) 운동본부에서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새로운 태안군 관광테마를 제안하고자 한다. 기존 태안8경(백화산, 안흥성, 안면송림, 만리포, 신두사구, 가의도, 몽산해변, 할미·할아비바위)에 청정 태안의 힐링 산책코스인 솔향기길을 추가하면 태안9경(구경. 九景)이 된다. 여기에 태안의 자연풍경, 계절별 꽃 축제 보기와 해수욕, 농어촌체험을 통한 즐길거리에 사계절 향토 음식 먹기를 가미하고, 다양한 포토존에서 추억거리 찍기를 하고, 태안만의 영양 만점인 특산물 사기를 마치면 보기(볼거리), 놀기(즐길거리), 먹기(먹거리), 찍기(추억거리), 사기(살거리)로 태안에서 다섯 가지의 즐길거리인 오기(五嗜)가 완성된다.

흩어진 단어를 연결하면 태안구경오기란 퍼즐이 맞춰진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전국 각지로 배송되어 태안구경오기를 자처한 관광객들이 태안바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길 마음 깊게 기원해본다.

옛말에 ‘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저녁거리가 간 데 없다’는 말이 있다. 한 가지 특출한 재주가 아니곤 살아가기 힘들다는 옛 선조들의 지혜가 번뜩이는 비유임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시대는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은 저녁거리가 넘쳐나고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바로 융복합 시대의 출현 때문이다. 융복합이란 단순한 기술과의 결합만을 넘어서 장르와 장르가 화학 반응하고 이종 간 협업으로 최소 두 가지 이상을 소화해내는 것을 말한다.

최고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스포츠 분야에서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받고 있는 실례가 이런 융복합형 인물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고 피력해본다.

지금 광의의 지자체는 물론이고 도시와 농촌에서도 지역 환경을 브랜드화 시켜 특화 상품으로 돈벌이와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강원도 양양의 서핑 명소는 이미 마니아들을 사로잡았고, 깔끔하고 잔맛이 없기로 유명한 강릉의 물맛을 활용한 강릉 커피는 커피거리 명소를 탄생시키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맑은 물, 좋은 공기, 청정 원료를 가득 가득 품고 있는 제주도는 제주 화장품으로 명성을 얻어가며 관광 외적인 영역에서 지역을 선두하는 산업으로 질주하고 있다.

구경(九景)과 오기(五嗜)를 보유하고 있는 태안이 가야할 방향과 목표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공감하면서, 이를 널리 공유하며 태안군 농어촌 융복합 산업 육성 및 지원에 대한 당위성과 시급함을 설파해본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신 이어령 교수님께서는 ‘달력을 보는 사람은 망하고 지도를 보는 사람은 흥한다’는 알쏭달쏭한 화두를 툭 던지셨다. 달력은 별다른 기술 없이 정해지거나 약속한 날짜를 기억하고 이행하면 되는 일차원적인 개념이라면, 지도는 우선 범례를 알아야하고 목표점과 좌표를 정하고 찾을 줄 알아야 한다. 평면이 아닌 입체로 보는 안목과 실력을 갖춰야만 알 수 있는 공간개념에 방점을 찍을 수 있어야 본다고 말할 수 있다. 저 한 문장에 단순함은 망하고 융복합적 사고는 흥한다는 높고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까 외람된 해석을 해보는데 물론 각자의 다양한 사고와 의견도 공존될 수 있다고 곁들여본다.

태안군의 구경과 오기도 마찬가지이다. 아홉 가지의 경치를 온전히 즐기려면 다섯 가지 즐길거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태안을 찾는 관광객들은 태안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꽃과 바다의 향을 즐기고, 그 풍경을 배경으로 추억거리를 남기기 바쁘다. 또한, 제철마다 달라지는 산해진미 속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때 식당 창밖의 풍경까지 고려한다. 태안은 그 자체로 융복합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관광객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융복합의 결과물을 즐기고 있다. 융복합이 중요한 키워드로 급부상하는 지금 융복합을 체험하고 싶다면 태안으로 오라고 권하고 싶다.

시들지 않는 풀이 어디 있으며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문제가 없는 인생은 없다고 단언해본다. 관건은 문제가 없는 인생이 아니라 문제를 잘 관리하는 게 인생이라 했거늘, 인생이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이미 나와 있는 명제를 재조명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더러운 거름이 좋은 곡식을 만들고 역경은 세상을 넓게 보는 힘이 된다는 말로 중매를 해본다.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고,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되며 인연을 거꾸로 읽으면 ‘연인’이 된다. 그리고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내’가 된다고 누군가 기발한 관찰을 했다. 그렇다. 한갓 미물인 풀꽃 하나를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서 예쁘고 사랑스러움을 극찬한 시인처럼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서로 다른 것을 합쳐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태안은 이를 연습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 자부한다. 코로나로 심적, 경제적 고난과 고통을 이어가고 있는 군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이 머지않았음을 8월의 9부 능선에서 9월을 기다리며 태안구경오기를 연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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