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북미 서부지방의 기온이 사상 최고치인 49.5도까지 치솟는 바람에 전력케이블이 녹아내리고, 노면 열차가 중단되었다고 전하는 앵커의 모습도, 건조한 기후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대형 산불로 확산되어 자욱한 연기를 내뿜는 장면도, 폭염으로 인하여 취약계층 노인들이 돌연사하고 있다고 전하는 외신기자의 다급함도 그저 말 그대로 ‘먼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여름철에도 20도 정도를 유지하는 선선한 날씨로, 지구촌 대표 여름철 관광지로 각광받는 북유럽조차 연일 30도가 웃도는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보도 역시 그저 아침 뉴스의 일부분에 불과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정체된 고기압으로 인해 상승된 지표면의 뜨거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열돔(heat dome)이 대한민국 상공에 나타난 순간부터 더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날씨란 우리 삶의 가장 밀접한 영향을 주는 환경요인 중 하나로써, 연일 지속되는 폭염은 제일 중요한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역시 겪어봐야 새삼 깨달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39년 만의 7월에 시작되는 지각 장마가 장기간 이어질 거라는 기상예보는 잠시 적중률을 높이다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남부 지방에는 강풍과 호우를 동반한 장마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논둑이 터지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또, 영남 지방에서는 갑작스런 소나기와 회오리바람으로 전신주가 넘어지고, 수십 년 아름드리나무가 맥없이 쓰러지는 장면이 외신보도의 한 장면처럼 텔레비전 화면을 스쳐지나갔습니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이 지구온난화라는 옐로카드로 수십 번 경고장을 보냈지만, 개발 탐욕에 아랑곳 않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 신축년의 여름을 강타하고 있지 않을까 나름 해석해봅니다.

자연재해는 용케도 취약계층을 선별하여 집중 공격하는 그들만의 전술교범이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약자들을 지켜내는 자가 진정한 강자이며, 사전에 자연재해를 대비하여 예방의 둑을 단단히 쌓아 놓는 국가와 지자체가 선진지라는 당연한 논리를 피력해봅니다. 팔불출 같지만 태안이 그렇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밥값은 점심식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짜란 없다는 간단한 논리로 이 문장을 재해석해 보면서 태안군의 현 상황에 대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명품 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지역들이 그렇듯 해당 지역은 여름철에만 그 유명세를 다하고 져버립니다.

그러나 30여개의 그림 같은 해수욕장을 거느리고 있는 태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구분 없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태안행을 부추겨주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육쪽마늘과 태양초 고추가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게국지와 함께 우럭젓국, 박속밀국낙지탕, 꽃게장, 실치회, 대하구이, 여름별미 붕장어 구이 등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도 부족함이 없으며, 맛도 영양도 으뜸입니다.

이 태안 향토음식을 어느 지역의 음식과 감히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향토음식에 더해 추억과 낭만이 가득가득 채워질 별이 빛나는 밤까지 보너스로 준비되어 있으니, 어찌 태안을 외면하고 휴가나 힐링 여행코스를 잡을 수 있을까요?

차중락, 차도균, 윤향기, 김홍탁, 옥성빈 등으로 기타와 드럼, 키보드가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비틀즈로 불린 ‘키보이스(Key Boys)’라는 5인조 그룹사운드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장년의 선배님들에게 ‘키보이스’란 그룹명은 아련한 추억과 향수로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유난히도 바다와 해변을 주제로 한 노래로 히트곡을 남겼습니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 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해변으로 가요),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해도 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 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 사랑에 발자국 끝없이 남기며,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생각해봐도 이 노래 속 해변은 태안의 해변이 아닐까 짐작해보는데 많은 군민들께서도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삶이라는 전장에서 치열함을 놓지 않으면서도 문득문득 파도처럼 덮쳐오는 무의식적 성찰 기록을 꺼내 보며 자신을 돌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를 접하고 있습니다. 난데없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좁은 틈새까지 끼어들어 하루하루를 힘겨운 언덕길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외쳤습니다. “좋고 나쁘건 지난날은 무효다. 소용없는 일에 집착하지 말고, 누가 욕한다고 속상해하지 말며, 참고 스스로 자신을 발견해보라”는 절규 같은 외침이 밀물처럼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사람이 하루에 마시는 공기의 양, 16kg 중 산소의 비율은 21%라고 합니다.

태안바다는 열돔으로 지친 사람들을 위해 충분한 음이온과 산소를 아낌없이 나눠줄 것이며, 별이 빛나는 밤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올여름 가장 안전하게 힐링할 수 있는 태안 바닷가로 지금 찾아오시라”고 전국의 피서객들에게 전하며, 한 치 오차 없는 홍보 요원을 자처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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