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서예가 림성만
문필서예가 림성만

고개들어 천천히 하늘을 보아라

그 하늘엔 하얀 구름도 있지만

푸른 빛과 붉은 핏줄도 겹쳐져 보인다

고요의 언어를 통독한 목울대

핏빛 들판에 흘린 외로움 눈치챘는가

꿈 많은 청춘들이 이슬처럼 사라져 갈 때

함께하지 못한 지난했던 시간이었지만

민주를 향한 자존의 갈망은 한결같았기에

뜯겨진 가슴 부여잡고 모두 속울음 울었다

 

민주의 불꽃은 작은 것에서 시작 되었지만

그 불꽃을 이어나가고 살려내는 것은

함께 뭉쳐진 민중의 힘이 아니었던가

보았는가 저 커다란 함성의 불꽃을

그 불꽃엔 억압된 폭발이 숨어 있었고

숨막히는 살얼음이 덮혀 있었다

어찌 살육의 피냄새를 잊을 수 있을까

달콤했던 유혹의 시간을 뿌리치고

오직 정의를 위해 투쟁의 힘을 믿고

쓰라린 상처 보듬으면서 걸어간 것은

청춘을 볼모로 저당잡힌 채

서러움 토하며 앞만보고 나아갔기 때문이다

 

먼지가 되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생애

바람을 탄 곤고한 직립 조금은 버겁지만

아- 사월이여 민주의 불꽃이여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그 길에 끝없는 분노와 서러움마저

우리가 흘린 땀과 눈물이 누구의 것도 아닌

새로운 인간 존엄의 밑거름이 되어

모든 생명의 소위와 고통을 견뎌내며

낮은 거리와 광장에서 맺은 핏빛 물결이었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를 들어보라

여인의 애절한 통곡도 삼켜버린 채

여유도 없이 달려간 수많은 청춘들의 길목에서

민주와 민권과 자유와 평등을 기대하면서

깊고 깊은 들숨과 날숨을 들이마셨다

보았는가 민중의 저 핏빛 꽃덩어리를

환희의 찬란한 빛이 비쳐지길 바라면서

속울음 꾸역꾸역 삼키면서도 언젠가는

하늘 아래에서 웃을날 기억하며 기다린 세월

독재의 날카로운 시퍼런 칼날 위에서

작지만 소중한 민주의 불꽃 한 송이

우린 그 꽃을 피워내기 위함이었다

SNS 기사보내기
태안미래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