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성(노동자/태안읍)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으면서 공적인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을 공인이라고 한다. 이 사람들한테는 우리 같은 보통사람에 비해 여러모로 큰 책임이 따른다.

이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예를들어 세금으로 봉급을 받지 않지만)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공적인 활동을 하며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도 공인이라고 한다. 넓은 의미의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공적 인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이 사람들에게도 역시 많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법적 책임이나 도덕적 책임을 포함해서 말이다.

뜬금없이 공인 타령에 책임 타령을 하는 이유가 있다. 얼마전 우리 태안군의 체육회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사무국 여직원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언론보도로 나온 적이 있다.

‘미투 운동’이 나오면서 어지간해서는 성희롱 발언이나 추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체육회상임부회장이라는 공적 자리에 있는 공적 인물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종교인과 특별한 사람이 아닌 바에야, 나 같은 범부들이 살면서 성적 소재의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없을 수 없다지만, 때와 장소, 대상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최소한 자식들 얼굴은 쳐다볼 수 있는 뒷감당을 할 만큼의 금도는 지켜야 하는 법이다.

체육회부회장은 그 금도를 지키지 못했다. 언론 보도 이후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당사자는 이런 여론을 못 본 체하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면서 얼굴 빳빳이 들고 활보하고 있다.

십수억원의 혈세를 보조금으로 받아쓰는 기관의 책임자가 군민들에게 한마디 사과도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공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이나 도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태도이다.

큰 걱정 하나는 충청남도 생활체육인들이 우리 군에 모두 모이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로 성희롱 사건을 알고 있을 그분들이 다음 달 하순에 태안에 와서 뭐라고 수군거릴지를 생각하면 군민의 한사람으로서 너무나도 창피하다.

이런 마당에, 체육회라는공적 기구의 이사들 역시 성희롱 사건의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자기들 손으로 선출해 내세운 사람이 체육회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는데도 침 먹은 지네처럼 발끝 하나 움직임이 없는 모습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그런 꼴이 어디 하나뿐이랴. 사건이 드러나고 한 달이 지나도록 누구 하나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없다. 태안의 현실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애 저녁에 숨넘어간 시민단체지만, 그래도 명색이 참여와 연대를 내세우는 그 시민단체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성의 권익신장을 위해 일하겠다며 태안군에서 버젓이 보조금을 받아가는 여성단체들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매년 문예회관에서 여성대회인지 뭔지 하면서 혈세 쏟아부어가면서 서로서로 이름 팔아주는 일에는 앞장서면서 정작 여성의 인권이 이렇게 뭉개질 때는 꿀만 삼키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지역 정치인들도 한통속이다. 단순한 민간 친목회장이 그랬다면 모를까, 혈세로 운영되는 기관의 장이 이런 추문에 휘말렸는데도 한결같이 열중 쉬어 자세로 먼산만 바라보고 있다. 심히 개탄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단물을 삼키는 일에는 없는 일까지 지어내 공치사하며 달려들던 사람들 아니었던가? 그런데 정작 쓴물을 삼켜야 하는 순간에는 한결 같이 누구도 책임질 일 없다는 듯이 뒷짐만 지고 있다.

허탈함을 넘어 화가 치밀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당부드리고 싶다.

쓴물 앞에서의 책임을 고민하는 최소한의 양심은 회복하기를 바라며, 그것이 진정한 공인의 자세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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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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