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성 입구 수호루
안흥성 입구 수호루

[편집자 주]
1천만 관광시대를 연 태안군!
삼면을 바다로 두른 형상은 우리나라 지도와 다를 바 없다.
바다와 산은 연인과도 같은 사이다. 해마다 해수욕장을 비롯한 관광지마다 사람들은 늘고 있는 반면 정작 우리 군민들은 관광객들에게 추천할 명소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본지는 기획취재를 통해 역사적 배경이 담긴 태안 8경과 함께 이와 어우러진 각 지역의 아름다움을 홍보 하고자 한다.

백두대간 최서단 해송 향(香)을 머금은 바다 바람이 들려주는 안흥성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안흥성의 또 다른 이름 안흥진성(安興鎭城)은 한반도 13정맥 중 금북정맥(錦北正脈) 최서단에 위치해 조선 1655년(효종 6)에 축조되어 1894년 동학농민운동 때 폐성되었고 76년 1월 8일 충남기념물 제11호 지정되었다.
금북정맥은 남한의 9정맥중 하나인데 백두대간의 줄기인 속리산 한남금북정맥이 칠장산(七長山:  492m)에서 서쪽으로 뻗어 팔봉산(362m)·백화산(白華山: 284m)·지령산(知靈山: 218m)·태안반도(泰安半島)의 소원면-근흥면 장재-지령산(201m) 안흥진(安興鎭)까지 금강의 서북쪽을 지나는 산줄기의 옛 이름이다.
금북정맥의 아름다운 해송을 벗 삼아 국지도 96호(구-지방도603호)선을 따라 안흥항 방향으로 가다보면 “조선 천연요새지 안흥성”이란 낯선 표지판을 마주하게 된다. 필자에 짧은 역사 지식으론 영화 “명량”이 먼저 생각나는 표지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안흥 앞바다는 물살이 험난하고 지나가기 어렵다하여 ‘난행량(難行梁)’, 차후 편히 항해하라는 뜻의 ‘안행량(安行梁)’을 거쳐 ‘안흥량(安興梁)’으로 불린 유래가 있다. 또한 안흥성내 성안마을엔 중국과의 문화적 교류의 요충지였다. 상인들과 사신들의 중간 기착지로, 숙박 지와 위락시설, 관사, 동헌 등이 있었다는 역사를 보면 무리는 아닐듯하다.
옛 안흥진성의 규모는 매우 큰 것으로 전해진다.
동서남북으로 동문루인 수성루, 서문루인 수홍루, 남문루인 복파루, 북문루는 감성루 동헌(東軒)·책실(冊室)·내아(內衙)·내관청(內官廳)·외관청(外官廳)·비자청(婢子廳)·막비청(幕裨廳)·중방청(中房廳)·감관청(監官廳)·통인청(通引廳)·급창청(及唱廳)·관노청(官奴麝)·사령청(使令廳)·헐수청(歇守廳)·작청(作廳)·형리청(刑吏廳)·장교청(將校廳)·대도안청(大都案廳)·교련청(敎練廳)·능로청 (能櫓廳)·장대(將臺)·영사대(永思臺)·연습대(練習臺)·흥학대(興學臺)·객사(客舍)·홍살문(紅撒門)·오리정(五里亭)·대변정(待變享)·육모정(六模亭)·팔모정(八模亭)·검소루(劍嘯樓)·폐문루(閉門樓)·제승루(制勝樓)·망해루(望海樓)·대장막(大將幕)·중군막(中軍幕) 등으로 이름만으로도 그 화려함을 짐작케 하지만 동학혁명(1894년)때 마을이 소실 폐성이되어 역사의 뒤안길에 시간이 멈춰 버린 듯 쓸쓸함 마저 감도는 풍경의 작은 마을만이 남아있다.
안흥성 서문루인 수홍루(垂紅樓)를 지나야 언덕위 작은 태국사를 만날 수 있다. 지역민들조차 생소한 이름의 수홍루는 지금은 역사의 세월을 뒤로한 체 안흥성내 자리 잡은 태국사를 오르는 이의 문지기 역할을 홀로 무심히 하고 있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태국사에 가파른 언덕을 수없이 오르면서 소중한 우리지역 역사를 무심히 지나친 나 자신에 잠시 부끄러울 뿐이다.

80년대에 복원된 안흥진성 서문인 수홍루(垂紅樓)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작은 산위에 자리 잡아 드넓은 바다를 등지고 태안을 지키는 듯한 태국사가 있다. 
태국사! 백제 무왕 때 ‘국태보안의 원’으로 창건, 세종 때 중창하여 중국 사신들의 무사항해를 빌었던 곳. 안흥진성(安興鎭城)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하였지만 이 또한 동학혁명 때 소실되어 82년에 중창되었으며 전통 사찰 제 47호로 등록 되어있다.
태국사를 뒤로하고 오른쪽 길로 더 지나면 흐드러진 붉은 양귀비꽃(개량종)이 많은 중생들의 구도자의 길을 안내하듯 그 자태를 요염히 뽐내며 유혹하고 있다. 그 길 성벽을 따라 뼈대만 남은 북문루(감성루 坎城樓)가 보인다.
석문내 작은 공간에는 역사적 가치가 숨 쉬어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북문아래 보이는 마을은 옛 성지일 때는 없었고 광복전후로 바다였던 곳을 메워 얻은 간척지라 한다.

언덕 길 들꽃들을 벗 삼아 정비되지 않은 듯 한 성곽 둘레길 을 따라 쓸쓸한 듯 보이는 마을 풍경을 담고 있자니 어느새 남문이다.
남문루인 (복파루 伏波樓) 성문 복원공사로 만들어진 것인지 원래의 모습에 돌을 알수가 없으나 문 옆에 새로이 쌓은 돌담을 보면 보수가 진행 중인 것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문 앞에 관리되지 않는 정자와 왜? 있는지 모를 부식되어가는 운동기구 한 대가 안흥항의 아름다운 전경을 가로막는 듯하다.
남문루에서 내려다보이는 해상인도교가 인상적이다.
안흥항과 신진도를 잇는 아치형 해상인도교는 2015년 착공되어 올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안흥 신항과 구항을 연결하는 관광인프라가 구축돼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다시 안흥성 서문루인 수홍루(垂紅樓)옆 관광 안내소로 발길을 돌려야하는데 난감하게 되었다. 저 밑 안내소로 가는 짧은 길을 내려가는 길은 없고 들에 핀 미나리의 하얀 꽃잎만이 나를 막아 세우는 듯하다.
이 짧은 거리조차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것일까? 100여 미터의 내리막 길 옆으로는 밭주인을 구분 지듯 낡은 그물들로 경계를 해놓았다.
입구안내소 친절한 가이드에 “현재 보수가 진행 중이어서 남문은 잘 안 가시는데. 잘 다 녀오시고 뱀 조심 하셔야 되요”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치는 사이 봄 꽃뱀 한 마리가 소스라치듯 먼저 놀라 달아나버린다.
안흥성을 돌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반성 하게 되었다.
수없이 오랜 세월 우리지역에 뛰어난 역사적 자원하나 보존 관리조차 못하면서 무엇을 했던가?
현재 부실한 듯 보이는 성벽 복원 공사가 있기 전 정밀한 발굴조사 선행되었는지 궁금하다. 발굴조사가 사전에 충분히 이루어져야 역사적 가치를 손상 시키지 않고 복원 하여 안흥성의 역사를 재고하고 문화재지정과 지역문화와 경제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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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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